킥보드 열풍의 해석-'안티문명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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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숙 [pTheresa] 쪽지 캡슐

2000-10-14 ㅣ No.1854

 

컴퓨터 게임에 빠져 방에만 틀어박혀있는 아이들에게 특히, 아파트촌 아이들에게 육체 활동이라는 장점으로 다가온 킥보드의 열풍...거리의 마술사처럼 쌩쌩 나르는 아이들을 보며 신명나게 놀수있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더불어, 사고 소식을 접할땐 불안하기도 했는데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해서 신문에 난 글을 올립니다.

 

"걷지말고 차라!"

 

길이 50cm 발판과 1m높이 핸들에 작은 바퀴 2개가 달린 ’꼬마 자전거’가 한국을 점령했다. kick Board다. 올봄 서울 압구정동과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킥보드 열풍은 불과 반년 만에 서울과 일산 중동 분당등 주변 신도시는 물론, 전국 도시들의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마다 공기처럼 ’전염’되고 있다. 방과후든 어두컴컴한 전녁 무렵이든, 두서넛 혹은 그 이상의 아이들이 킥보드 하나씩을 몰고 떼지어 아파트 단지 내를 달리는 모습은 이제 도시의 흔한 풍경이다. 킥 보드는 아이들끼리 동류임을 확인하는 소통의 언어다.

 

아파트에서 태어나 자라는’컴퓨터 키드(Kid)’들이 ’집 밖 놀이문화’를 상실해가는 2천년 한국 사회, 이들의 넋을 송두리째 빼앗아 길거리로 끌어내고 있는 이 간단한 <금속성 기구>의 파괴적 흡인력의 정체는 무엇일까.

 

문명 비평가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도심 밤거리의 난폭자 ’폭주족’의 심리와 맥이 닿아 있다"고 진단한다. "흙을 밟지 않는 도시 어린이들은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된’도로에서 킥보드를 탄다. 미끄럼틀을 탈때보다 훨씬 격한 타중력의 쾌감을 느낀다. 어른 중심 사회에 받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아이들은 킥보드를 차고 나가며 해소한다. 흙과 킥보드는 결코 어울릴수 없다." 이교수는 "킥보드 열풍에 조연격인 도시 어른들의 심리도 본질적으론 크게 다르지 않다"며 "킥보드 열풍은 결국 ’앤티(Anti)문명’ 징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킥보드에는 현대인들을 유혹할만한 상업적 코드가 교묘하게 녹아있다. "겉으로 보긴 장난감 같지만 ’스트리트 레포츠’와 교통기구로서 기능도 겸비하고 있다. ’홀로 하는 운동’이란 코드는 현대인의 ’개인주의’ 성향과 맞아 떨어졌다. 10만원 안팎 가격과 초보자도 10분이면 배울수 있다는 점은 대중적 확산력을 극대화했다. 그결과 대학생 동아리나 인터넷 동호회 중심으로 유행한 킥보드가 급속히 일반인들의 생활속에 침투할 수 있었다." 홍성태 샹명대 교수(경영학)의 분석.

 

어른 아이 공용 레포츠 도구여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탈수 있는 ’가족 레포츠’란 장점도 가진 킥보드,롤러스케이트,훌라후프,스카이콩콩 처럼 현대사회 패션이나 유행은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때가 많다. 킥보드 신드롬의 정체도 지금 단정짓긴 힘들다. 그래서 ’킥보드 키드’가 성인이 된후 스스로 그 답을 제시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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