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Endless Love(끝없는 사랑)

인쇄

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5-05-23 ㅣ No.3445

내가 좋아하는 흑인가수 DIANA LOSS의 Endless Love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날이었습니다. 허스키한 목소리의 그녀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은 감동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얘기가 아닙니다. 본당신부님께서 교중미사에서 들려주신 얘기입니다.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장애가 아주 심한 여인이었습니다.

남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옷을 갈아 입는 것부터 목욕 하는 것, 심지어 화장실을 가는 것까지도 남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장애가 심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성숙해지자 그녀는 차츰 남이 자신을 도와줄 때마다 부끄럼을 느껴야 했습니다.

 

목욕을 할 때면 자신의 흉한 모습을 벌거벗어 보여야 했고, 때로는 여자의 은밀한 곳까지도 남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너무너무 심한 고통이었습니다.

"하느님이 어디 계셔? 천만에 말씀이야. 하느님은 안 계셔. 계시다면 나는 너무 억울해. 내가 뭘 잘못 했다고 하느님이 내게 이런 고통을 주시는 거야? 하느님은 없어. 없단 말이야."

그렇게 울면서 외쳤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 앞에 한 남자가 다가왔습니다. 그 남자는 그녀에게 아무 것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사랑할 뿐이었습니다.

매일 장미 꽃다발을 들고 그녀를 찾아와서 그녀에게 사랑을 청했습니다. 

처음에 여인은 그 남자가 장애가 심한 자신을 동정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차차 시간이 흐르면서 여인은 자신이 그 남자 앞에서 한사람의 여자가 되는 것을 발견하고 그 남자의 마음이 참사랑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인이 외로울 때 그 남자는 항상 옆에 있어 주었고,

여인이 슬프거나 괴로울 때 항상 곁에서 위로해 주었습니다.

결국은 그 남자의 한없는 사랑이 그녀로 하여금 참된 사랑에 눈뜬 그날 그녀는 고백합니다.

"하느님. 제가 잘못 했습니다. 하느님이 안 계시다고 말한 저를 용서해주셔요."

울면서 울면서 그 여인은 하느님을 찾았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바로 그 여인을 아무조건 없이 사랑하는 그 남자처럼 우리들을 사랑하십니다. 아무 것도 우리에게 바라지 않으시고 오직 한없는 사랑으로 우리들을 사랑하실 뿐입니다.

우리가 힘들고 외로울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지켜주시고, 우리가 슬프거나 괴로울 때도 항상 위로의 손길로 우리를 어루만져 주고 계십니다.

 

이 이야기는 삼위일체 대축일인 오늘 교중미사에서 우리 신부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 였습니다. 신학교 때 교목신부님께서 강의를 하시다가 갑자기 강의를 중단하시고 한참동안 높이 달린 창문을 응시하기에 '신부님이 왜 저러시나?' 하고 모두가 시선을 모아 궁금해 했을 때, 조용히 신학생들에게 들려주신 이야기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바로 그여자라고 해도 그랬을 것입니다. 내가 잘못한 일이 없는데 남들은 사지가 멀쩡한데 왜 나는 이런 장애의 고통을 받아야 되나. 억울하고, 부모가 원망스럽고

하느님이 저주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이지 지금도 그와 같은 환경에서 또는 그 비슷한 상항에 처한 사람들이 하느님을 원망하고, 하느님이 안 계시다고 말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인에게 다가온 남자처럼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를 보살피시고 위로해 주시고 끝이 없이 사랑하시고 계십니다.

 

오늘이 바로 삼위일체 대축일이어서 이 때만 되면 삼위일체를 묵상하게 됩니다만 20년이 되는데도, 아니죠 개신교까지 합치면 무려 30년이 넘는데도 나는 아직까지 그 교리만큼은 머리에 산뜻하게 와닿지를 않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믿습니다. 나보다 훨씬 머리가 좋은 사람이 2천년 동안 수백억 사람은 됐을 텐데 그 사람들이 "성부와 성자, 성령이 한몸이다"라는 것을 믿었으니 그분들 머리보다 못한 내 머리를 가지고 믿느니 안 믿느니 할 것이 아니다. 그분들이 믿었고 교회에서 교리로 확정하여 믿으라 하면 믿을 것이지 내 부족한 머리로 따지긴 뭘 그리 따져? 그냥 믿자 하며 믿습니다.

 

오늘 본당 라이문도 신부님께서는 "성부도 하느님이시고, 성자도 하느님이시고, 성령도 하느님이시죠. 세분이 같은 하느님이시라는 말이죠. 성부께서 하시는 일도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고, 성자께서 하신 일도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고, 성령께서 하신 일도 하느님께서 하신 일이죠"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성서에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의 외아들"이라 해놓고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위격이다 하시니 우리 아버지의 아들인 내가 아버지하고 같다하니 인간인 내 머리 가지고는 햇갈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세분이 곧 한분이시다 하는 삼위일체의 교리가 맞는 말씀이란 걸 나는 압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모든 원리가 삼위일체의 원리로 짜여져 있음을 미루어 볼 때 이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주 자신이 삼위일체가 아니었을 까닭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 입니다.

빛의 삼원색, ㅇㅇ의 삼요소, 00의 삼요소, 온통 삼요소로만 일치가 되고 균형을 이루는 것들이고 심지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삼권분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치가 삼위일체가 되는 것들이니 어느분 말씀처럼 우리가 너무 많은 삼위일체에 싸여 살다보니 그 실체를 느끼면서도 눈으로 볼 수도 없고 머리로는 알 수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하셨던 그 말씀이 옳은 말씀이라고 여기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끝이 없는 삼위일체의 사랑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샬롬



64 1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