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성당 게시판

산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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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tmdrjsl24] 쪽지 캡슐

2001-03-07 ㅣ No.935

< 산울림 >

 

 

사소한 일로 형이 동생과 싸웠다.

그걸 보고 어머니가 형을 야단쳤다.

어린 동생을 귀여워해주지 못할 망정 때리기는 왜 때리냐고 나무랐다.

분을 참지 못한 형이 집 뒷산에 올라 "나는 너를 미워한다"고 소리쳤다.

앞산에서도 "나는 너를 미워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는 황급히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한테 말했다. "엄마, 산 너머에서 누군가가 내게 나를 미워한다고 소리지르는 아이가 있어요."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말이야, 다시 산에 올라가서 이번에는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한번 소릴 질러봐."

아이는 다시 뒷산으로 올라가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소리쳤다.

앞산 너머에서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는 기뻤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자꾸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소리쳤다.

 

- 정호승, 시인, <사랑에 대한 64가지 믿음>, 제삼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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