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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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희 [jifuco] 쪽지 캡슐

1999-07-31 ㅣ No.155

  찬미 예수

 

  병모에게

  오늘도 비가오는구나...

  이렇게 둘이서 대화???

  처음 인것 같구나. 자전거를 타고 빗속을 갔다는 너의 글을 읽고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라 글을 쓰게 되었단다.

 

  첫째로 나는 어렸을적 초등학교 이전부터, 이제는 아니지만 비가오면 항상 밖으로 나가곤 했지. 우산을 들고 슬리퍼를 신고

  동네 어느구석, 어느 한 귀퉁이 또는 학교 운동장에서 나만의 공간을 차지하고 물과 흙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나는구나.

  우산을 땅바닥에 놓으면 조그만 나만의 텐트같은 아주 작은 공간이 생기지 거기 그 땅바닥에서 댐도 쌓고 강도 만들고

  무너뜨리고 그것이 싫증나면 일어나서 물이 고인 모든 웅덩이를 발로 튀기면서 집으로 향했지. 집에 들어가서는 옷을 벗고

  따뜻한 아랫목으로 굴을 파고 들어갔던 기억이나. 비가 오는 날은 다른 아이들은 집 밖으로 안나오기 때문에 빗소리와

  빗방울의 촉감을 내 피부로 느끼며 조용한 고독을 씹었던 어린 시절이 기억난다.

 

  두번째 이야기는 청년시절

  이제는 우산으로 나만의 작은 공간을 만들수 없이 내 몸이 커져버린 이즈음에...........

  비오던 어린시절 나의 놀이를 할 수 없는 것을 영화 'Singing in the rain'으로 대신 하던중 몇 년전 병모처럼 집에 가던

  길에 장대비가 억수로 오던날 우산도 안쓴 채 영화를 찍는다고 신발을 벗고 친구와 함께 모두가 잠든 골목길을 발로 물을

  튀기며 발악을(?) 하던 일이 생각나 (내 나이 서른 즈음에.) 그러나 지금은 그일은 추억이 되었고,

  그때 내가 늦게나마 어린 시절 아니, 청년으로서 비와 함께 동화할 수 있어 무척 기뻤던 기억이 남아 있단다.

 

 

 

  " 어린 시절에 공간은 없어도 비는 나를 지금의 현실대로 또다른

               정신적 공간을  만들어 주었던것 같아."

 

 

 

  P.S.   내가 열번이나 넘게갔던 성지순례 코스가 골목 골목 논과 밭사이 모두가

        생생하게 기억 나는구나. 지금 나이가 들었지만 다시한번 가고싶은 이유는

        그 길에서 내가 주님과 함께 했다는 기억이 내 마음안에 작은 공간을

        차지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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