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가을의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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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zizibe76] 쪽지 캡슐

2000-08-30 ㅣ No.4744

지금쯤, 전화가 걸려 오면 좋겠네요.

그리워하는 사람이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더라도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이라도 한번 들려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편지를 한 통 받으면 좋겠네요.

편지 같은 건 상상도 못하는 친구로부터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 담긴 편지를 받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선물을 고르고 있으면 좋겠네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예쁘게 포장하고 내 주소를 적은 뒤,

우체국으로 달려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좋겠네요.

귀에 익은 편안한 음악이 흘러 나와 나를 달콤한 추억의 한 순간으로

데려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내 생각만 하고 있으면 좋겠네요.

나의 좋은 점, 나의 멋있는 모습만 마음에 그리면서 가만히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가을이 내 고향 들녘을 지나가면 좋겠네요.

이렇게 맑은 가을 햇살이 내 고향 들판에 쏟아질 때 모든 곡식들이

알알이 익어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하고 기다리지만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네요.

이제는 내가 나서야겠네요.

내가 먼저 전화하고, 편지 보내고, 선물을 준비하고, 음악을 띄워야겠네요.

그러면 누군가가 좋아하겠지요...

나도 좋아지겠지요....

이 찬란한 가을이 가기 전에...

* P.S~ 전요......코믹드라마처럼 살구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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