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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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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록 [peterkauh] 쪽지 캡슐

2005-12-25 ㅣ No.4640

 

   "메리 크리스마스 !"

 

 어제 밤 성탄 전야 미사에서 우리는 우리들 서로의 가슴 안에 탄생하시는 예수님을 맞이하며 그 기쁨을 서로 나누었다. "기쁨 가득한 성탄 되십시요(I wish you a merry Christmas)!"   그리고 오늘 아침 세상은 다시 원시의 깨끗함을 연상케 할만큼 하얀 눈으로 채색되었다. 세상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절기의 환상,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연출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모든 교우들이 같은 마음이리라. 폭설의 피해로 고통받는 서남 지역의 농민들에게도 잠시나마 평온한 하루가 되기를, 극복의 의지와 새로운 희망이 잉태하는 하루가 되기를 기원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정직" 되새기라는 표징으로 받아들여야!

 

 한국은 1997년 "IMF 구제금융"이라는 국가적 수치에 이어 2005년을 "부정직한 나라"라는 또 하나의 국치를 자초하고 있다. 가장 순수하고 정직해야 할 한 과학도의 인류에 대한 기만과 실상의 검증과 침착성 없이 뇌동한 국가와 국민적 미숙함은 "본질보다 포장 가치"에 더 주목하는 유물론적 자본주의 병폐에 오염된 안타까운 단면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가 어떻게 보든, 이 과학자의 전 인류에 대한 기만은 단순히 "인기관리의 강박"에서 비롯된 촌극으로 치부하고 용납하기에는 너무 황당하다. "두 개를 아홉개로, 비 존재를 존재"로 조작하는 과학자는 일찌기 없었다. 얄팍한 실험과 연구의 성과를 조작하여 생명연장과 고통해소의 원초적 열망에 부푼 문외한의 동료인간들을 기만한 것이다. 그가 진정 학자였다면, 그리고 혹시 크리스챤이었다면, 그는 겸손을 떠올려야 했다. 아울러 "인류에게 가장 위대한 풍요는 정직이다( The greatest  abundance  for man is honesty-- 윌리엄 셱스피어/2005. 11월 하계동 주보 간지에 인용된 격언)을 기억했어야 했다. 오늘 아침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시원의 백설은 "정직"의 중요성 일깨우신 표징으로 받아들여야하지 않을까!

 

 추기경님의 눈물, "소금과 빛의 역할" 다하지 못한 영적 지도자의 회한(悔恨)!

 

"누구나 사랑과 자비를 강조하지만 정직(正直)과 정의(正義)의 토대 위에 있지 않은 사랑이라면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스도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직과 정의를 실천하여 사회에 부정과 부폐를 막는 소금과 빛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수 없이 되풀이 된 추기경님의 이런 취지의 강론은 명동성당을 이 나라 정의의 마지막 보루로 만들었다. 황교수의 "논문 조작"이 사실로 밝혀진 날 보도를 접한 추기경께서 눈물을 쏟으신 이유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나이가 들면서 이젠 눈물도 없어진 것 같다"고 하시던 80을 훌적 넘긴 노 목자의 뜨거운 눈물은 "자신의 존재를 가톨릭의 사회적 책임과 직결시킨 위대한 사랑과 양심의 눈물"이며, 우리 모두 함께 흘려야 할 통곡의 눈물일 것이다. "자신의 소망을 위해 기도하기 보다 사회, 국가, 인류의 정의로운 미래와, 소외되어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죄를 짓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죄인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시던 그 분의 가르침이 흰 눈 위에서 빛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날이다.

 

 이 시대, 이 시점에서 우리의 생활과 가치, 그리고 신앙에 이르기 까지 우리의 좌표와 본질과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되돌아 볼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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