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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중학교의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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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호 [byuntae] 쪽지 캡슐

2000-07-09 ㅣ No.2809

 

 

 

 

솥안에서 끓고 있는 해골

가정실습실을 안치운 사람에게는 무서운 벌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학교 가정 실습실은 좀 구식이다. 개수대가 충분하지 않아 한 반이 실습하고 나면 주번이 남아서 설거지를 해야 한다. 그리고 실습을 하기 전에 미리 가서 준비도 해야 한다.그날은 나랑 미정이가 주번이라서 미리 실습실에 가서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런데 전 시간에 실습했던 애들이 치워놓고 가지 않아서 엉망이어서 우리는 조리기구들을 한쪽으로 치우면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쪽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져 있는 커다란 냄비는 결코 건드리지 않았다. 우리 학교 조리실에 내려오는 전설 때문이었다.

 

몇 년전인가, 우리 학교에는 무서운 가정선생님이 계셨다고 한다.

 

그 선생님은 항상 깔끔하게 조리실을 치우라고 하셨는데, 어느날 2학년 실습생들이 조리실을 마저 치우지 않고 그냥 도망갔다고 한다. 그 다음 실습 주번이 미리 와서 준비를 하는데,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다음 시간 주번들은 “안녕하세요, 저희는 3학년 1반 주번인데, 미리 준비하러 왔어요.”

 

하고 인사했다. 그랬더니 그 선생님이 웃으며 “그래,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도 요리에선 대단히 중요하단다” 하시는데 목소리도 좀 이상하고 눈빛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그냥 우리 할일만 하고 있었는데 그 선생님이 “나는 조리대가 어지럽혀져 있는 걸 아주 싫어해요. 조리대를 어지럽히고 무슨 요리를 하겠다는 거야? 그런 애들은 혼이 나야 돼” 하면서 앙칼지게 말을 이었다.

 

섬뜩했지만 선생님이 그러는데 뭐라 그럴 수 있나. 한 주번이 선생님에게 물었다.

 

“선생님, 솥의 물이 끓고 있는데 레인지 불 꺼도 되요?”

 

그러니까 선생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아냐, 아냐, 아직 안 익었을 거야.

 

오래 푹 삶아야 되거든.”그래서 내가 다시 물었다.

 

“무슨 요리를 하시는데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의 웃음에 소름이 쫘악 끼쳤다.“너희들 내가 만드는 요리 볼래?”하면서 솥뚜껑을 열었다. 솥에서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났다.“그리고 내가 조리실 어지럽힌 애들 어떻게 혼내주는지도 보고…”

 

그리고 갈고리로 솥 안에서 무엇을 끄집어 올렸다.

 

김이 피어나고 허옇게 들떠 있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건 전번 시간에 조리실을 치우지 않았던 당번의 머리였다.

 

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푸른 눈빛이 아직도 번득이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론 조리실의 한 쪽 레인지 위에는 아직도 커다란 냄비가 치워지지 않고 있다. 억울하게 죽은 주번들의 넋을 기리는 의미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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