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남터성당 게시판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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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휘 [raypapa] 쪽지 캡슐

2003-02-12 ㅣ No.1966

 꽤 오래전에 경춘선 기차를 탄 적이 있다,

2 월 어느날이라 눈들이 먼지와 같이 길가에 지저분하게 제껴진 풍경을

춘천으로 가는 철길 가로 보면서 가고 있었다.

앞좌석에 길게 기른 머리와 하얀 한복을 단정치 못하게 입고 있는

사람이 눈에 띄인 것은 탈때 부터였다.

오랜만에 길가의 풍경 때문에 갖은 공상에 깊히 빠져 있는 나에게

그 지저분한 남자가 소주병을 들고 내 옆 좌석에 앉았다,

   소주 한 잔 합시다

나는 그를 이상한 듯하기 보다 귀찮은 듯이 처다 보았다

   그냥 바깥 경치만 볼께요

   한잔 같이 합시다

나는 그냥 겸연쩍은 듯이 미소만 짓고 그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오래간만의 기차 여행이라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밖의 풍경을 보겠습니다

그는 혼자서 몇분 간격으로 종이 컾에 소주를 따라 마셨다, 그리고 시간이

약간 흐른 뒤에

   남의 간절한 부탁을  

   자신에 빠져서 그렇게  

   거절하면

   자신의 성장이 없습니다,

라는 말을 나에게 하여, 그에게 갑짜기 신경이 기울어 졌다, 한참 그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그는

   종기된 아집을 버리세요

라는 말을 하고 일어 서서 아까 앉아 있던 자리도 아닌 뒷칸으로 넘어

사라지고 말았다,

 

   자신만을 위한 신앙이 아닌가,

   이웃에 대한 인정의 흐름이 끊어진 신앙이 아닌가

라고 봄을 맞이하는 계절의 상념을 갖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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