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2004 서울 대교구 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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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innasio] 쪽지 캡슐

2003-11-03 ㅣ No.2782

아래와 같이 서울대교구 정진석 대주교님의 2004년도 사목 지침을 게시합니다.

 

 

 

 

Ⅰ. 2004년도 사목교서

 

참여하는 교회, 증거하는 교회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께서 베풀어주시는 평화가 여러분의 가정과 본당에 충만히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시노드의 긴 여정을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한마음이 되어 헌신적으로 참여하신 모든 교구민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1. 세상의 희망인 교회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윤리와 도덕을 중요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공동선을 지향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 소비주의 풍조가 만연하고, 각종 범죄가 나날이 증가하며, 이혼율의 증가에 따라 많은 가정이 해체되고, 출산율의 감소와 노령화에 기인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여 사회저변에 위기감이 팽배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분배의 불균형에 따른 빈부격차의 심화, 지역간의 부조화, 반생명 현상의 확산과 자연환경의 파괴, 사회정의의 부재 등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문제점들이 다양한 형태로 양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현상과 맞물려 우리 교회의 현실 또한 많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는 신자수 150만여 명이라는 양적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그러나 교회안에서도 세속주의로 인해 교회의 근본사명인 선교열망이 식어가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사랑과 희생정신이 약화되며, 신자 상호간의 친교와 일치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새영세자의 감소, 쉬는 신자들의 증가, 청소년층의 교회로부터의 이탈 등 적지 않은 문제들이 우리 교회 안에 산재해 있습니다.

 

이러한 교회 내·외 문제에 복음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우리 교구는 시노드를 개최하였습니다. 지난 3년간 진행된 교구 시노드는 우리 교회가 다시금 자신의 소명을 깨닫고 새로운 변화와 희망에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주신 성령의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실로 겁야훼께서 이루신 고마우신 일겂이요 "야훼께서 이루신 놀라우신 일"(이사 63:7)이었습니다. 저는 ’시노드후속교구장교서’에서 밝힌 대로 시노드를 통하여 드러난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성령의 이끄심이라 믿으며 겸허하게 모든 것을 수용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살아계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도우심에 의탁하며 하느님 백성의 뜻을 모든 교우들, 수도자, 성직자와 함께 실천하여 세상에 희망을 주는 참다운 교회의 모습을 구현해가고자 합니다.

 

2. 실천하는 시노드

 

교구 시노드에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우리 교회가 처한 현실을 바라보고 미래의 전망을 논의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교회구성원인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의 신원에 관한 문제를 다루었고, 교회운영, 선교겷신앙교육을 통해 교회공동체의 합리적 운영과 신자들의 신앙심을 성숙시키기 위한 과제를 다루었습니다. 또한 청소년겷청년의 주체적인 교회참여방안을 논의하였고, 세상에 대한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사회복음화에 관한 의제를 다루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하여 우리 교구가 성삼위의 친교 안에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들이 형제적 사랑을 나누는 친교의 공동체를 이루고, 교회구성원 모두가 보다 나은 교회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며,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건설에 앞장서야 함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에 저는 ’시노드후속교구장교서’를 통해 우리 교구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구하여야 할 목표와 과제, 다양한 실천지침을 마련하였습니다. 따라서 우리 교구민 모두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이를 실천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시노드 실천의 첫 해인 올해에는 우리 교구의 산적한 현안 중에서 우선적으로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정을 성화시켜 나가는 데에 사목의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오늘날 위기를 맞고 있는 가정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흘러넘치는 가정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여러 면에서 사목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또한 교구의 사목구조를 연구하고 재정비하여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인 복음화에 총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3. 가정공동체의 성화

 

가정공동체는 인간이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최초의 장소이며, 인격적인 삶을 배우는 공동체이고 사회의 근간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가정은 큰 위기를 맞고 있으며, 이러한 가정의 위기는 교회와 사회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교회는 이러한 가정이 ’인간에게 봉사하는 공동체’, ’믿고 복음을 선포하는 공동체’, ’하느님과 대화하는 공동체’로 성화되어 가정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가도록 돕고자 합니다.

 

우리 교구가 지난 1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소공동체 사목을 추진해 온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가정안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가정문제를 풀어나가는 주체가 되도록 하는 데 있었습니다. 따라서 사목자들과 그 협력자들은 가정사목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며 가정이 신앙의 중심처이며 작은 교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가정사목은 청소년과 노인을 포함한 가족구성원 모두에 대한 교회 사랑의 표현이며, 가정의 위기로 말미암아 흔들리는 오늘날의 사회 안에서 그 어떤 사목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하는 사목입니다. 그러므로 가정공동체에 필요하고 가족구성원들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다양한 사목활동이 깊이 있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 지구와 본당 차원에서 가정사목을 도와 줄 기구의 설립과 인재의 확보, 사목연대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교구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사목 프로그램이 본당사목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시행됨으로써 풍성한 사목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랍니다.

 

4. 교회구조

 

우리 교구는 사목구조를 연구하고 발전시켜서 시노드에 나타난 정신을 담아내고 복음화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교구의 사목구조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교구, 지역, 지구, 본당으로 이루어져 있는 교구의 사목구조에 따른 역할과 기능들을 재정립하여야 합니다.

먼저 교구사제평의회와 사목평의회를 활성화하여 교구사목전반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하느님 백성안에 담겨져 있는 지혜를 모을 것입니다. 교구청 조직은 기획, 행정, 연구에 주력하면서 일선사목현장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교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교구장대리제도를 지구사목이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지구는 지구장을 중심으로 각 지구의 공동사목을 활성화하며 본당간의 유기적인 협력속에 질적으로 향상된 지구사목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지구차원의 사목이 청소년·청년사목과 사회사목과의 깊은 연대를 통하여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신자들은 본당안에서 구역을 중심으로 선교와 교육, 피정 등 자발적인 신앙활동을 하고, 반모임을 통하여 복음과 삶을 나누며 지역사회와 가난한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소공동체를 이루도록 애써야 합니다. 또한 구역장회의를 활성화하여 본당의 사목현안을 알고 이해하며 문제점 해결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본당사목구조가 삶의 현장인 가정과 구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자리매김됨으로써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자신이 교회라는 신원의식을 가질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5. ’복음화 2020 운동’

 

선교는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일생동안 복음을 전하셨고, 지금도 우리 안에 살아계시면서 이 땅의 길 잃은 백성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시기를 갈망하십니다. 우리는 주님과 함께 선교사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 사랑의 품으로 나아가도록 합시다. 우리 모두 가능한 모든 역량과 자원을 활용하여 복음화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며 선교와 신앙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노력합시다. 이 복음화계획에 구역.반 소공동체, 본당, 지구, 지역, 교구와 여러 단체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한마음으로 참여해서 2020년에는 인구대비 신자비율 20%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합시다. 이것을 ’복음화 2020 운동’이라고 부를 것이며, 교구는 앞으로 이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입니다.

 

6.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 (히브 7,19)

 

교구 시노드는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순례하는 우리에게 있어 하나의 새로운 출발점입니다. 저는 것시노드후속교구장교서겄에서 밝힌 대로 교회의 복음적인 기초와 교우들의 영성을 더욱 튼튼히 다지고, 주님의 마음에 드는 교구의 미래를 이루어가기 위해 모든 교구민과 더불어 한발 한발 쇄신과 변화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가 다 함께 걸어가야 할 이 길은 희망과 구원의 길이면서 동시에 희생과 인내를 요구하는 험난한 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낳고 끈기는 희망을 낳는다는 것"(로마5,4-5)을 기억하며 이 구원의 여정을 힘차게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성령께서 우리 교구와 함께 해주시기를 간구하면서 시노드에서 드러난 모든 교구민의 열정적인 참여의 정신이 시노드 실천을 위한 노력과 다짐안에서 다시 타오르기를 희망합니다. 성령께서 시노드를 통하여 우리에게 안겨주신 가슴 벅찬 희망을 품고 여러분과 함께 새천년의 교회를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히브7,19) 더욱 가까이 나아갑시다.

교구 시노드 실천의 원년을 맞이하여 하느님께서 우리가 나아가는 길에 은총을 베풀어주시기를 기원하며 모든 신앙인의 모범이요 보호자이신 성모 마리아께서 우리와 동행하시며 우리를 위해 전구해주시기를 간구합니다.

 

2003년 10월 31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 정 진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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