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깜.복.기 5/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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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4-05-03 ㅣ No.3230

다해 성 필립보와 성 야고버 사도 축일

 

복음 : 요한 14, 6-14

 

길없는 길

 

13년 전 신학교에 들어가던 날 부모님 곁을 떠나는 아쉬움도 잠시 저는 신학교 생활에 제 자신이 놀랄 정도로 적응을 빨리 했습니다. 집 생각도, 부모님 생각도 전혀 나지 않았고 신학교의 모든 생활이 재미있었습니다. 아마도 낯선 환경에서의 새로운 생활이 제게 가져다 준 매력이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지금 사제의 길을 걷고 있는, 아니 사제가 되는 길을 걷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그 길을 어떤 새로움과 기대보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걷고 있는 제 자신을 보게 됩니다.

그 길에 들어서기는 했지만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입구에 주저앉아 있는 저를 보게 됩니다. 내 자신이 가려는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으며 무엇이 있다고 믿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찾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저에게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주저앉은 저에게 당신을 믿고 함께 가자고 손을 내미십니다. 그런데 주저앉은 저는 망설여집니다. 좀더 편안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그것을 제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제게 자꾸만 여기에 안주하도록 달콤한 말로 유혹합니다.

 

조금은 덜 계산하고 조금은 더 바보스럽게, 이 주어진 길을 마냥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그럼 내가 가는 이 길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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