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세상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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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4-02-11 ㅣ No.5658

 

용서, 세상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일

 

세상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것 두 가지를 들라면, 그것은 죄를 안 짓는 것과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하는 일일 것이다.

죄를 짓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인간이 육신을 지니고 있는 한 죄를 짓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을 흙으로 빚어졌기에 쉽사리 부서지는 존재이다.

우리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으로 하느님 앞에 고해성사를 보지만, 어느 고해신부도 다시는 죄짓지 말라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죄를 안 짓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은 용서하는 일이다.

우리 모두는 체험을 통하여 용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인간이 아닌 다른 피조물들은 자연 그대로 살다가 아무 원한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데 인간만은 그렇지 못하다.

용서할 수 없는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다가 그 한을 그대로 안고 죽어 간다.

이런 얘기가 있다.

 

어느 도시에 경쟁관계에 있는 장사꾼 두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의 가게는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이들은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망하게 할까 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 보다 못한 하느님께서 어느 날 천사를 한쪽 상인에게 보내셨다.

두 사람을 화해시키려고 천사는 이런 제안을 하였다.

“하느님께서 그대에게 큰 선물을 내릴 것이오. 그대가 재물을 원하면 재물을, 자녀를 원하면 자녀를 줄 것이오. 단 조건이 하나 있소.”

천사는 잠시 말을 멈춘 다음 말을 계속했다.

“그대가 무엇을 원하든 그대 경쟁자는 두 배를 얻게 될 것이오. 그대가 금화 10개를 원하면 그는 금화 20개를 얻게 될 것이오.” 라고 말하였다.

천사가 미소를 지으면서 “이제는 화해하시오. 하느님은 이런 방법으로 그대에게 교훈을 주려는 것이오.” 하고 말하였다.

천사의 말을 들은 상인은 한참 생각하더니, “제가 무엇을 바라든지 다 그렇게 이뤄진다는 말씀이지요?” 하고 물었다.

천사가 그렇다고 하자 상인은 크게 숨을 쉬고는 결심한 듯이 말하였다.

“그럼 제 한쪽 눈을 멀게 해주십시오.”

 

용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소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용서하여 해도 ‘나’를 버리기 전에는 힘든데, 하물며 내게 끊임없이 상처를 주는 사람, 나를 미워하고 괴롭히는 사람, 나에게 원수가 된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나’ 라는 자아를 철저히 죽이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것이다.

용서 못 한다는 것은 마음이 오그라졌다는 것이다.

달마 대사는 “마음, 마음, 마음이여, 참으로 알 수 없구나.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으니.” 라고 한탄을 했다.

용서 못 한다는 것은 마음이 옹졸해졌다는 것이다.

마음이 옹졸해진 것은 옹졸해지고 싶어서 옹졸해진 것이 아니라 상처를 받으면서 오그라진 탓이다.

우리가 용서하기 어려운 사람 중 대다수는 한때 얼마나 우리와 다정한 사이였던가!

상처는 친밀감을 먹고 산다고, 한때 다정했던 사람, 신뢰했던 사람이 상처를 주었기에 이제는 바늘조차 꽂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오그라진 것이다.

어느 잡지에서 신년특집으로 유명 인사 몇 사람에게 새해 소망을 물으면서 한 가지 이상한 질문을 하였다.

그것은 새해에 제발 죽어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까 놀랍기도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 마음을 가장 솔직히 드러내는 질문일 것이다.

인간의 심보 안에는 은근히 죽어주었으면 하는 원수들이 있다.

내게 상처를 안겨준 원수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가운데서 부정적 감정이 가장 극단적으로 표현된 것이 상대방이 죽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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