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광장

가을은 그런 계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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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 [klara1617] 쪽지 캡슐

2006-11-04 ㅣ No.1555

 





짙게 여물어가는 물빛

하늘이 호수에 빠지고 그 화폭에

울긋불긋 자연이 수를 놓는

그런 계절인가 보다.


괜히

한줄기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서

애정을 보내고 싶고

앙상하게 날리는 낙엽에도

사랑의 눈길을 주고 싶은-

가을은 그런 계절인가 보다.

잠든 밤을 깨워 휘장을 걷어주고

하늘에 뜬 조각달.

가슴에 달고

섬돌아래 풀벌레 소리를

실타레에 엮어두고 싶은

가을은-

그렇게 마음이 풍부해지는  계절인가 보다.




별빛 달빛에 비춰

오랜 친구들의 눈빛을 본다.

 

이제 빛은 희미해도

영원히 지워지지않는 사랑과 믿음.

 

가을은 그렇게

친구가 그리워지는 계절인가 보다.


동네가 내려다 보이는 동구밖

 

잔디는 말라 금잔디가 되었지만

휘어져 감기우는 오솔길을 따라

내마음은 한없이 가고 싶은,

가을은

그런 나그네같은 계절인가 보다.

 

오늘이 어제가 되고

세월은 변할지라도

내가 나고 자란 이 지상이 영원한 고향이 되도록

우리의 인연은 태고적부터 약속지워진 것

가을은

그렇게 인연의 끈을 기억하게 해주는

그런 계절인가 보다.



마음이 하늘을 난다.

가슴이 단풍잎에 메달려

대롱대롱 세상을 거꾸로 본다.

 

내가

태우는 낙엽의 연기에 쌓여

하늘로 나른다.

 

물도, 산도, 하늘도

그리고 온 삼라만상이

하나가 된다.

 

가을은

그렇게 또하나의 하나로 만드는 계절인가보다.


여기에 내가 있고, 또 네가 있고

우리가 바라보는 그 한 곳이

 

결국 우리에게 주는 위안과 행복이라면

 

이 가을에 함께 가자.

 

그 사랑의 장소로-


나의 부모가 어린이 시절.

또 그 부모가 어린이 시절.

 

사랑과 사랑이 흘러

가슴과 가슴이 이어지듯이.

 

물도 흐르고

구름도 흐르고

마음도 흐르지만

 

이 가을에

우리는 서로 이어지는

따뜻한 마음으로

춥지않은 겨울을 맞이하자꾸나.

 


 

사랑하는 님들이여.

 

홀홀 낙엽지는 청송이

다시 새 옷을 입는 내일을 기다리듯.

 

인생의 황혼길에서

우리를 닮은 가을을 바라보며

결코 실망하지않는 인내와 희망을 기다리는

가을의 겸손함을 배워보자.


지는 해가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서서히 빛을 거두듯이

 

조급하지 말며, 후회하지 말며

뒤돌아보지 말며.

 

헛되지말며, 교만하지 말며

그저 따뜻한 가슴으로

낙엽으로 스러져 거름이 되는

거룩한 가을의 순리를 배우자.

 




가을은

이상하게

자신이 낙엽이 되고,

화폭이 되고,

손수건이 되고,

모두에게 인연이 되고 싶은,

 

정말

가을은 그런 계절인가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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