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no subject)

인쇄

정은진 [bellini] 쪽지 캡슐

1999-06-19 ㅣ No.389

안녕하세요? 혜화동 할아버지 저는 백석동 성당의 뽈리나랍니다. 지난 목요일에 저희 성당에 견진성사를 집전하려 오신 추기경님의 모습을 뵈었습니다. 화/수요일에는 대모를 섰구요, 그날은 추기경님의 모습을 뵈려고 미사에 참례하였습니다. 여전히 정정하시고, 카랑카랑한 할아버님의 목소리와 강론이 참 좋았습니다. 특히,한사람 한사람 아름다운 성전이 되라는 말씀을 다시 마음에 새겼습니다. 삼일동안 견진성사에 참례를 하였더니, 성령이 충만하여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항상 기쁘게 사는 것이 저의 moto인데, 요사이는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이번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석사가 되는데요, 박사과정에 진학해야하냐,마냐를 놓고 고민중이예요. 그냥 자신이 없구 그래요.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면 과연 10년을 더 공부할수 있을지, 아니, 평생을 미술사에 바칠수 있을지 두렵기만합니다. 저는 이화여대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구요, 르네상스미술이 전공입니다. 논문은 giovanni Bellini라는 이태리화가의 성모자상을 주제로 섰구요. 오늘,내일 인쇄본으로 나올터인데, 할아버께도 보내드릴까요? 답장을 주시면 ... 논문을 쓰는 동안은 매일 아름다운 성모님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참 행복했어요. 제 마음에는 항상 아기예수의 운명을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시는 성모님이 계십니다. 저도 성모님 닮은 다른이의 슬픔을 헤아릴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싶은데... 잘 되지 않습니다. 아마 뽈리나 할머니가 되면 그렇게 될까요? 지금 제 마음에는 여유로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이만 줄이고.... 할아버지의 지팡이가 참 멋져보였습니다. 정말 목자같았습니다. 그리고,전례중에 모자를 쓰셨다 벗으셨다하는 때의 무슨 의미가 있는지요? 아니면, 할아버지 마음이신지요? 이제 하직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

9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