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4월 29일 시에나의 카타리나 동정 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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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웅 [mathias] 쪽지 캡슐

2004-04-29 ㅣ No.2984

4월 29일 시에나의 카타리나 동정 학자

요한 6,44-51

현실에 대한 감사

 

+ 찬미 예수님

 

오늘은 강론 서두에 제가 아주 좋아하는 시 한 편 소개할까 합니다. 이는 시는 일본의 한 정형외가 의사가 자신이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병 골수암을 고치지 못하고 운명을 기다리며 투병 중에 쓴 책에 삽입되어 있는 시입니다.

 

1979년 1월 1월 이무라 가즈키오

 

당연한 일

 

당연한 일

이렇게 멋있는 걸 왜 모두 기뻐하지 않을까?

당연하다는 사실들

아버지가 계시고

어머니가 계시다.

손이 둘이고 다리가 둘

가고 싶은 곳을 자기 발로 가고

손을 뻗어 무엇이든 잡을 수 있다.

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나온다.

그 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아무도 당연한 사실들을 기뻐하지 않아

당연한 걸 하며 웃어버린다.

 

세 끼를 먹는다.

밤이 되면 편히 잠들 수 있고 그래서 아침이 오고

바람을 실컷 들이마실 수 있고

웃다가 울다가 고함치다가

뛰어다니다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모두가 당연한 일

그렇게 멋진 걸 아무도 기뻐할 줄 모른다.

 

고마움, 그 고마움을 아는 이는 이미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들뿐

 

왜 그렇지? 당연한 일.

 

우리들은 이렇듯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일 따름일까요? 늘 후회만하다가 일생을 다 허비해 버리는. 한 번도 우리의 현재의 삶에 있어서 감사드리지 못하고 늘 투정만하다가 이 세상을 마감해 버리는.

 

이 시에서 가장 저의 마음을 저미게 하는 구절은 바로 이 구절입니다. 고마움, 그 고마움을 아는 이는 이미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들뿐.

 

오늘 주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시지 않으면 아무도 내게 올 수 없다. 그리고 내게 오는 사람은 마지막 날에 내가 살릴 것이다.”

 

이렇듯이 우리들은 이미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바로 그 천상에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 하느님의 초대에 우리는 얼마나 감사드리고 있는지. 내가 천주교 신자로서 세례를 받고 이렇듯이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우리가 깨닫고 있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 신자들의 삶의 모습은 바로 하느님과 함께 하는 기쁨의 삶입니다. 우리가 분명 오늘 주님의 말씀처럼 초대받은 사람들이고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나온 사람들이라 하면서 우리들의 삶의 기쁘지 않다면 이는 커다란 잘못일 것입니다.

 

이는 결국 하느님의 초대에는 응했으되 마음은 늘 콩밭에 가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내시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이 행복임을 우리가 마음 속 깊이 깨닫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내시는 필립보에게 세례를 받은 후 “기쁨에 넘쳐 제 갈 길을 갔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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