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성당 게시판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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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분 [obp70] 쪽지 캡슐

2006-06-19 ㅣ No.2277



 
 




      하 느 님...

      
      하느님..... 하느님....하느님.....예, 하느님!
      저는 당신을 압니다.  
      당신은 변함 없으신 분, 
      
      하느님....하느님....
      
      당신의 한결같음, 당신의 고요, 
      당신의 침묵은 저를 놀라게 합니다.
      
      당신은 같으신 분, 
      그 무엇에도 바뀌지 않으십니다.
      
      당신은 사랑에 빠지신 분, 
      지칠 줄 모르는 연인이십니다.
      
      저는 당신의 침묵 앞에 다가섰고 늘 같으신 당신의 눈, 
      
      삶을 부서뜨리고 그 부서진 삶을 그대로 당신 발치에 남겨두는
      저 강렬하고 꿰뚫는 듯한 당신의 두 눈과 마주쳤습니다.
      
      하느님....하느님....
      
      참으로 숨 막힐 듯이 강렬하고 오묘한 당신의 침묵!
      당신이 잠자코 계시기에 모든 것이 너무도 조용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침묵은 공기를 가릅니다.
      
      그 누구도 감히 소리내지 못하고 
      바람마저 멈춰 서 버린 것만 같습니다.

      
      
      어제는 몇 방울의 물소리가 들렸었습니다.
      
      그러나 그들 마저 
      자기들만이 유일하게 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부끄러워 이내 소리를 죽였습니다.
      
      깊은 정적이 감돌고 있습니다.
      태양은 감히 빛을 내지 못하고 구름도 흐르기를 그쳤습니다.
      
      별들은 저 멀리서 말 없는 손짓을 보냅니다.
      모두가 고요합니다.
      
      
      하느님....하느님.... 
      당신도 말이 없으십니다.
      
      당신의 침묵은 얼마나 좋은지!
      이는 바로 당신!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하느님....하느님....
      이 고요의 대기권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거기 그 고요 속에서 당신 발치에 엎드려 
      시간을 소모할 수 있는 권리가 가련한 영혼에게 주어졌습니다. 
      
      이 권리를 위한 대가는 너무도 비싼 것, 
      거의 아무도 이 권리를 허락하려 하지 않습니다. 
      
      매일 매일 하느님의 발치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
      세상의 눈에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범죄처럼 여겨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하느님...
      
      당신은 그 권리를 제게 주셨고 저는 이 권리를 이용하여 
      그 누구의 힐책도 받지 않은 채 저를 당신 안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하느님...하느님...
      당신 발치 앞에 부서져 가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요!
      
      작은 아이가 안전하게 숨을 곳을 찾을 양이면 
      자기 엄마에게 달려가 그 품 안에 숨어버립니다.
      
      할 수만 있다면 엄마의 가슴에 구멍을 내고 
      아무도 보지 못하게 엄마가 자기를 꼭 
      숨겨주기를 바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작은 아이의 장난으로 엄마를 부서뜨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느님....!
      
      제가 그 아이보다 더 강하고 
      당신이 그 어머니 보다 약하다고는 
      감히 두려워 말씀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오늘 아침 
      당신께 기대어 얼마나 힘껏 밀었는지 
      금새 당신 가슴에 금이 생기고 
      당신께서 구멍을 만들어 주셨기에 
      저는 그리로 들어 갔습니다.
      
      뒤를 돌아보았을 때, 이미 거기에는 
      하느님....! 말고 
      다른 것은 볼 수 없었습니다.
      문은 닫혀있었고 
      힘찬 고동 소리만이 들려올 뿐 이었습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 사랑, 침묵.....
      
      아, 하느님이 거기 계셨습니다.
      이런 것 들이 거기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가슴을 뚫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사실 놀랄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쉬운 일이었습니다.
      
      이미 문은 반 틈 열려있었고 
      누군가 밀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간단하였읍니다.  
      
      단지 침묵 속에서 하느님 발치 앞에 
      무너지는 것으로 족하였습니다.
      
      책들도 말하지 않고 사물들도 말이 없습니다...
      모두들 하느님의 침묵에 가담해버렸습니다.
      
      하느님도 아무 말이 없으십니다.
      그러나 그 분의 침묵은 모든 것을 채웁니다.
      
      헤아릴 수 없는 신비....하느님의 비밀입니다.

      
      
      하느님...하느님...
      저는 당신의 침묵이 얼마나 좋은지요!
      당신의 동굴 안에 빛나는 빛이여,
      당신 술광 안에 감도는 취흥이여!
      하느님의 끝없는 해변, 침묵의 심연이 얼마나 좋은지요!
      
      "맛스런 그 불꽃 안에
      영혼은 탈바꿈되나니
      그 불꽃 내 안에 느끼노라
      어서 빨리! 남김 없이
      온통 나는 타 없어져가노라."
      
      "어서 빨리".....
      
      예 하느님, 당신은 급하십니다.
      저도 그걸 느껴요, 하느님께서 서두르고 계시옴을...
      
      설사 제가 느끼지 못한다 할 지라도 
      거기 제 영혼의 깊은 곳에서는 모든 것이 타 들어가고 있음을....! 
      
      오직 사랑과 충실, 평정만이 남게 됩니다.

      
        
      
      하느님이 저를 만지셨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만져 주시면 
      우리들 삶 속에 찬란한 신비들이 새겨집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죽.는.  이.승.에.선.
      
      비.록.   어.둠.을.   겪.을.지.라.도.
      
      그.다.지.   크.잖.은.   불.행.
      
      빛.이.야.   비.록.   없.다.   해.도.
      
      하.늘.엣.   생.명.을.    지.니.노.라."

      
      
      
      예, 그렇습니다.   하늘엣 생명이 제게 있습니다.
      
      당신의 생명....다름 아닌 바로 당신의 생명!
      
      
      나의 하느님, 
      
      당신 생명이 제게 있을진대 어둠 속을 헤맨들 무슨 상관 있습니까?
      
      
      "점점 눈 멀어져 가노라면 
      사랑이 이런 삶 내리는 것
      
      잠자코 있는 영혼에게 이런 사랑 있나니
      빛 없이 어둠에 살아가노라."
      
      예, 소경이 되면 될수록....!  
      
      모든 것에 해명을 요구하는 사랑은 
      사랑이라기보다 수학적인 요소가 더 많습니다.
      
      
      하느님....하느님....저를 소경으로 만들어주십시오....,
      당신 사랑의 빛 안에 소경이 되고 싶습니다,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그저 온전히 의탁하고 싶습니다.
      
      하느님....하느님....
      당신은 얼마나 견고하고 흔들림 없고...무변하신 분인지...!
      
      하느님...하느님...., 
      
      당신의 무변함, 당신의 한결같음이 저를 미치도록 만듭니다.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 
      사랑이 벌써 나를 장님으로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
      
      
      하느님.....하느님....
      왜 저를 사랑하시는 겁니까?
      
      대답하지 말아 주세요. 
      하지만 수 없이 당신께 물어 볼 수 있게 해주세요.
      
      대답하지 마세요...
      왜 저를 사랑하시는 겁니까?  
      
      당신 사랑을 가지고 어찌할 바를 모르시는 겁니까?  
      
      아니면 당신의 무한한 자비가 저의 비참을 필요로 하는 겁니까?
      
      혹, 부자가 넘쳐나는 보물 창고를 정리하기 위해 
      가난뱅이가 필요하듯 
      당신께 제가 필요하다는 말입니까?

      
      
      학자가 자기 지식을 발휘하기 위해 
      무식쟁이를 필요로 하듯이 
      
      당신께서 저를 향해 다가오시는 겁니까
      
      
      
      
      아니, 아닙니다.  
      
      이는 훨씬 더 심오하고 
      하느님스러운 것입니다.
      
      말로 형언할 수 없고 잴 수도, 
      비교 할 수도 없는 그 무엇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작은 피조물을 
      어느 정도 하느님으로 만들기 위해 
      그 존재의 심부를 장악하고 있는 것입니다.



                      2006.06.19. 베로니카  옮김






도미니꼬 천주의 모친 봉쇄 수녀원 / 그 의 밀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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