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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한국 까르푸'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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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동 [nuri] 쪽지 캡슐

2002-06-18 ㅣ No.8796

’한국 까르푸’의 횡포

 

 

월드컵 경기에 참가한 프랑스 대표선수단의 가슴에는 ‘까르푸’(카르푸)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프랑스-세네갈 개막전이 있던 날, 월드컵 경기장 입구에는 한국까르푸노조 간부가 ‘안티까르푸’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까르푸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유통 부문에서는 세계 2위의 다국적 기업으로 우리나라에는 1996년에 처음 점포를 열었고, 현재 22개의 할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97년에 처음 흑자를 기록한 이래 2000년부터는 매년 약 200억원 가량의 안정된 이윤을 내고 있다. 그러나 까르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정규직을 최대한 줄이고 3개월, 1개월의 계약직 등 비정규직을 늘려 노동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점포를 새로 열 때 필요 인원의 두 배를 뽑은 뒤 반을 자른다’는 말도 들린다.

 

 

실제로 까르푸는 98년 대구에서 동촌점을 열면서 점포당 500명의 인원을 채용하겠다고 동구청과 약속했으나 현재 점포당 평균 인원은 200명 수준이다. 매장 수는 늘었지만 노동자 수는 2000년 말 20개 점포에 5200명, 2001년에는 5016명, 2002년 5월 현재 4600여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부당해고를 남발하고, ‘연차휴가 많고, 급여 많은 오픈 멤버를 먼저 자른다’는 말이 돌아 오래된 직원들은 항상 불안 속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까르푸 인사 상무는 지난 2월21일자 〈이코노미 21〉과 행한 회견에서 “까르푸에는 초년의 고생을 잊게 해 줄 강력한 보상체계가 마련돼 있다. 힘든 5년을 견디고 일반 기업의 부장급에 해당하는 매니저 자리에 오르면, 10명 정도로 구성된 팀을 이끌면서 매장의 ‘실세’로 자리잡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성별과 학력, 나이 등에 따른 차별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주부사원들은 ‘힘든 5년’을 견디고도 거의 승급을 못하고 있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면 “만족하니까 다니는 거 아니냐? 만족하지 않으면 나가라!”는 답변을 들어야 하고, 특히 여성 사원들은 “남편이 돈 벌어다 주는데 무슨 임금 인상이냐”는 말까지 들어야 한다. 또 우리는 ‘도둑’ 취급을 당하는 데서 오는 인간적 모멸감을 수시로 느껴야 한다. 가방검사는 물론이고 보안요원이 주부사원들의 앞치마를 들추는 일까지 일어난다.

 

 

우리 노동조합은 97년 4월2일 결성되었다. 5년을 넘긴 지금까지 우리에겐 노조 사무실도 연락처도 없다. 우리의 단체협약 체결 교섭 요구에 대해 회사 경영 쪽의 교섭 거부와 무성의로 단 한 조항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사 쪽의 교섭 회피에 지친 노동조합이 까르푸를 고소하자 회사는 오히려 그것을 빌미로 “법적 판결이 난 이후에나 교섭을 재개하겠다”고 응수했다.

 

 

지난해 까르푸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되었을 때 구매담당 이사가 “법정소송까지 3년 정도 걸리니 걱정 말고 업무를 수행하라”고 말했는데, 노조에 대해서도 똑같은 태도를 보인 것이다. 한국 법제의 허점을 철저히 악용하여 프랑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버젓이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임금인상 1차교섭 이틀 뒤 회사 쪽은 ‘임금인상 4%’를 발표했다. 우리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임금 인상률을 철회할 것과 노조사무실 개설, 전임자 인정, 게시판 설치 등 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요구하면서 5월22일부터 지금까지 28일간 쟁의행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쟁의기간에도 매장에서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경고장을 보내는 등 노동법을 무시하고 있다.

 

 

경기도 일산점에서는 점장에게 ‘훔쳐간 피켓을 돌려달라’고 항의한 여성간부 세 명에게 폭행 혐의를 씌워 징계했고, 서울 중계점에서는 점장이 노조 홍보물을 뜯어내다가 노조 간부들이 항의하자 옆으로 쓰러지며 스스로 머리를 바닥에 찧는 자해행위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까르푸의 이러한 행위도 우리의 투쟁열기를 꺾을 수 없다. 이미 5년 동안 당해온 우리로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한계점에 왔다. 우리는 소수이고 약하다. 하지만 소수와 약자라는 이유로 노동기본권을 마음대로 짓밟을 수 없다는 것을 기어이 보여줄 것이다.

 

 

이영숙/ 한국까르푸 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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