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동성당 게시판

아름다운 이야기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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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기 [jamesbae] 쪽지 캡슐

2001-03-14 ㅣ No.737

아름이가 돌아옵니다.

 

"눈눈눈 책을 보고요, 귀귀귀 말씀 듣고요, 코코코 숨을 쉬고요, 입입입 노래 불러요"

 

노란 봉고차는 마치 아이들의 노래 소리로 달리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서로의 음 높이와

엇갈린 박자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발을 구르고 손뼉을 마주치며 박

자를 맞춰주시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아름이도 친구들을 따라 입을 벙긋거리며 열심히 노래를 합니다. 봉고차가 놀이터 앞 모퉁

이를 돌아 들어오면, 어느 틈에 ’밀레’가 마루로 나와 꼬리를 치며 빙글빙글 돕니다. ’밀레’는 아름이네 강아지 이름입니다.

 

"아름아, 이 강아지는 2000년에 태어났으니까 밀레니엄 강아지란다. 그래서 내가 이름을 ’밀레’라고 지었어. 좋지?"

아름이가 유치원에 처음 가던 날, 옆집에 사는 주희 언니가 강아지를 데려 오면서 "나는 밀

레입니다"라고 적은 이름표를 밀레 목에 매달아 데려왔습니다.

 

아름이네 가족은 모두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합니다. 그래서 입 대신 손으로 이야기를 하고

귀 대신 눈으로 이야기를 듣습니다.

 

아름이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을 걸어 잠그고 지냈습니다. 아름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고 해도 엄마는 안 된다고 했고,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해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동네 어른들과 마주치면 동그란 눈을 더욱 크게 뜬 채 주춤거리거나, 누가 짓이라도 하면 얼굴이 빨갛게 되어 집으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동네 개구쟁이들은 아름이를 보면"벙어리이래요, 귀먹어리래요"하고 놀리기도 했습니다. 그

게 무슨 뜻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몇 발자국 뒤에서 혀를 날름거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았습

니다. 아름이도 그런 것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아름이네를 놀린 것은 아닙니다. 동네 아줌마들이 아름이네를 도울

일이 없을까 하고 종이에 적어서 물어보았지만 아름이 엄마는 거절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

름이네 집은 언제나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아름이네 집 문이 열리게 된 것은 주희 언니가 이사를 오던 날부터입니다. 주희 언니는 대

학생입니다. 통통한 얼굴에 안경을 쓰고 강아지를 안고 있었습니다. 털이 아주 길어 눈을 가린 예쁜 강아지였습니다.

 

주희 언니가 "안녕?" 하고 말을 건네자, 아름이는 훽 돌아서서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현관문을 빼곰히 열고 내다보았습니다.

’저 강아지 참 예쁘다...’ 아름이가 강아지 생각이 나서 다시 한 번 현관문을 열었을 땐 주희 언니도 강아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게도 강아지가 있었으면 참 좋겠다...’

주희 언니네가 이사를 온 것 말고는, 아름이네 집은 다른 날과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됐습니

다. 이제 아빠만 들어오시면 아름이네 가족이 모두 모이게 됩니다. 아름이는 힐끔힐끔 시계

를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시계 긴바늘이 한 바퀴만 돌면 아빠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실 것

입니다. 아름이는 책 한번 시계 한 번 현관문 한 번 번갈아 가며 쳐다봅니다.

 

"아빠가 오늘은 늦으시네..." 엄마가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아름이는 생각합니다.

’아빠가 오시면 강아지 사달라고 해야지...’

그런데 그날 따라 아빠는 시계 긴바늘이 반바퀴 더 돌았는데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

 

"아름아, 일어나. 어서" 아직 더 자고 싶은데 엄마가 깨웠습니다. 눈도 떠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아름이 몸을 흔들며 일어나라고 했습니다. 아름이가 눈을 떴을 때 창 밖은 아직 어두웠습니다. 골목에 켜놓은 가로등 불빛으로 나뭇가지는 커다란 모습을 유리창에 그렸습니다.

 

"아빠가 다치셨대. 빨리 병원에 가자" 엄마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아빠가 치셨다는 말에 아름이는 금새 아픈 표정을 지어며 물었습니다.

"피도 많이 났어?"

아빠가 다치셨다는 말에 아름이는 그렇게 물어보았습니다. 언젠가 아름이가 발바닥을 유리

에 찔려서 피가 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피는 났지만 괜찮으시대"

엄마 옆에는 낮에 보았던 주희 언니도 있었습니다. 아름이는 긴 하품을 하며 엄마와 주희언

니를 따라 나섰습니다. 주희언니가 아름이 손을 꼬옥 잡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두 손

을 움직이며 말했습니다. 아름이는 감짝 놀랐습니다. 언니도 아름이처럼 손으로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주희 언니는 차근차근 설명 해주었습니다.

 

"문방구 뒤에 언덕있지?" 아름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거기서 오토바이가 내려오면서 신호를 보냈대. 그런데 아름이 아빠는 그것을 모르고 앞에

서 오는 자동차를 피하려다가 사고가 난거래" 사고가 나자 문방구 아저씨가 아름이네 집에 와서 초인종을 눌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구급차가 와서 아빠를 병원으로 데려갔던 것입니다.

 

골목은 금새 시끄러워졌고, 낮에 이사 온 주희 언니도 골목에 나왔던 것입니다. 한 아저씨가 아름이네 담을 넘어가서 문을 열어주며 말했습니다.

"거참, 듣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해야한담?"

"빨리 종이에 적어요. 어느 병원이래?" "이거 참 답답하구만"

 

주희언니는 그제서야 아름이네 가족이 모두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한다는 것을 알고, 아름

이 엄마에게 사고가 났다는 것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가서도 경찰서에 가서도

주희 언니는 아름이 아빠가 하지 못하는 말을 술술 풀어주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답

답하다고 하던 의사선생님과 경찰아저씨도 주희 언니 덕분에 말을 알아듣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아름이네 집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이웃 사람들이 도와주겠다고 하

던 것도 싫다고 거절했지만, 지금은 필요한 것은 조금씩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름이네 집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대문을 열어 놓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름이네 대문에는 지금도 초인종 대신 주희 언니가 컴

퓨터로 예쁘게 만들어준 메모장이 걸려있습니다.

 

"아름이네 집입니다. 문이 열려있으니 들어오세요" 지금 아름이는 유치원에서 돌아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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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하는 방법에 참으로 좋은 것 같아서 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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