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펌] 하얀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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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sookyung] 쪽지 캡슐

2000-06-16 ㅣ No.909

히말라야의 깊은 산골 마을에 어느날 낯선 처녀가 찾아왔다.

 

처녀는 다음날부터 마을에 머물러 살면서 매일매일 마을 앞 강가에 나가앉아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달이 가고 해가 갔다. 몇 십년이 순식간에 흘렸다.

 

고왔던 그녀에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가기 시작하였고,

 

머리카락도 하얗게 세어갔다.

 

그러나 여인의 기다림의 한결같았다.

 

그러던 어느 봄날,

 

이제는 하얗게 할머니가 되어 강가에 앉아 있는

 

그녀 앞으로 무언가가 떠내려 왔다.

 

그것은 한 청년의 시체였다.

 

여인은 벌떡 일어났다. 바로 그 청년은 그여인이

 

일생을 다바쳐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사람이었던 것이다.

 

청년은 히말라야 등반을 떠났다가

 

행방불명이 된 여인의 약혼자였다.

 

그 동안 그녀는 어느 날엔가는 꼭 눈속에 묻힌 약혼자가

 

조금씩 녹아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떠내려오리라는 것을 믿고

 

그 산골 마을 강가에서 기다렸던 것이다.

 

이제, 할머니가 되어버린 그녀,,

 

그녀는 몇 십년 전 히말라야로 떠날때의

 

청년모습 그대로인 약혼자를  붙잡고

 

한없이 뺨을 비비며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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