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3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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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11-03 ㅣ No.2026

연중 제31주일(다해. 2001. 11. 4)

                                                제1독서 : 지혜 11, 22 ∼ 12, 2

                                                제2독서 : 2데살 1, 11 ∼ 2, 2

                                                복   음 : 루가 19, 1 ∼ 10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여러분 덕분에 아주 피정을 잘하고 왔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전갈이 강을 건너기 위해서 거북이 등에 업혀서 건너고자 거북이에게 등에 좀 태워 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습니다.  '미쳤냐?'하고 거북이는 펄쩍 뛰었습니다.  '내가 수영하는 동안 네가 나를 쏘아 버리면 나는 물에 빠져 죽어.'  그러자 전갈이 웃으며 말하기를 '내가 너를 쏠 리가 있냐?  네가 죽으면 나도 같이 죽게 되는데, 그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잖아'라고 설득했습니다.  '맞아, 그렇군'하고 거북이는 자기 등에 전갈을 태우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전갈은 강 중간쯤 왔을 때, 강한 침으로 거북이를 쏘아 버렸습니다.  둘은 같이 바닥으로 가라앉았습니다.  거북은 가라앉으며 전갈에게 힘없이 물었습니다.  '네가 나를 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 왜 쐈지?'  '그건 논리와 전혀 상관이 없는 거야.  그건 내 본성이거든'하고 전갈은 슬프게 답했습니다."

 

  동물은 자신의 본성을 따라 움직입니다.  그래서 동물을 길들이기 위해서는 그 동물의 본성 중에 하나인 먹는 것을 가지고 그 동물을 길들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물은 자신의 본능에 의해 판단하고 행동하지만, 인간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깁니다.  이것이 동물과 인간의 커다란 차이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도 가끔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본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의 진실한 마음을 알기보다는 나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해버립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리고의 세관장인 자캐오의 집에 예수님께서 묵으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저 사람이 죄인의 집에 들어가 묵는구나!"하며 못마땅해하였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어느 사람을 놓고 그 사람이 잘났다 못났다 하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조금은 참아야 하고 기다려야하는데 너무도 성급한 판단을 내립니다.  참 무슨 판단을 내릴 때는 분명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자꾸 잊어버리고 판단을 내려버립니다.  왜일까?  우리는 왜 이렇게 남의 일이나 나의 일이나 빠르게 판단을 내림으로써 다른 이에게 주어지는 기회를 빼앗으려 하는 것일까 생각해보지만 분명 그것은 내가 중심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자캐오는 예수님께 자신의 회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님, 저는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렵니다.  그리고 제가 남을 속여먹은 것이 있다면 그 네갑절을 갚아 주겠습니다."라고 합니다.  자신의 것을 포기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회개의 모습입니다.  남을 판단하기에 앞서서 기다려주는 것, 나에게 주어진 것을 보류하고 기다려주는 모습이 바로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주님은 무슨 일이든지 하실 수 있기 때문에 만인에게 자비로우시며 그들이 회개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죄를 살피시지 않는다."라고 하느님께서 죄인의 회개를 기다리신다는 것을 지혜서는 제1독서에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사람은 자기의 체험 이상의 것을 상상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자기의 기준에서 판단하고 단정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느님께 대해서도 내가 다른 사람을 용서하기 힘든 것처럼 그분도 용서해 주시지 못할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우리를 선하게 만들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분이 없이는 아무 것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를 만들어 내신 그분은 모든 것을 용서하시고 새롭게 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

  동물은 자기의 본성에 따라 살아갑니다.  인간은 자신의 습관에 따라 대부분 살아갑니다.  죄도 마찬가집니다.  동물은 본성에 따라 하는 일이기에 잘못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성을 가지고 있어서 죄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압니다.  그러나 죄의 습관에 젖어 있다면 그 습관을 끊어 버리지 못한다면 회개할 수 없습니다.  거북이의 등에 탄 전갈이 죽는 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본성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습관처럼 죄를 짓게 됩니다.  우리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캐오처럼 자신의 죄를 과감히 벗어버릴 수 있도록 습관을 끊어 버려야 하겠습니다.

  이번 한 주간 우리의 생활을 돌아보고 다른 이를 판단 내리기 전에 기다리는 미덕과 우리의 습관을 끊어 버려 죄에서 벗어나 회개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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