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새벽기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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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4-02-24 ㅣ No.3119

길 없는 길

 

차창 넘어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길들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은 넓고, 걸어가야 할 길도 많습니다. 그 많은, 여러 갈래 길을 모두 걸어갈 수 없습니다. 목적지는 하나여도 가는 길은 여러 갈래 길입니다. 따라서 동시에 두 길을 갈 수 없습니다.

가평에서 청량리에 오는 길 저는 한 길을 택했습니다. 물론 기관사 아저씨가 택한 길이겠지만... 헤헤^^

누구나 오로지 자기의 길이 있을 뿐입니다. 자기 힘으로 올바른 길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는 고상한 생각(저 답지 않게... 우헤헤^^)이 들었습니다.

 

홍세화씨의 "빨간 신호등"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길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가야 할 길이다. 매번 쉬고 다시 출발할 때 이 말을 되뇌었습니다. 어렵기 때문에 가야 할 길이다.

어렵기 때문에 가야지. 신부로, 신앙인으로, 사람으로, 잘 살기 어렵기 때문에 가야 할 길이다. 사제로서 그냥 대충 사는게 아니라 잘 사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그러니까 사는 거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버려라.' 깨달음을 얻으면 그 깨달음을 버리라는 뜻일 것입니다. 고정되지 말라는... 안주하지 말라는 우리 삶의 화두입니다.

'예수를 만나면 예수를 버려라.' 사제이기 이전에 신앙인인 제게 던지고 싶은 화두입니다.

우리는 각자가 자신의 마음 속에 수많은 예수님 상을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벗어나면 판단해 버립니다. 예수님과 거리가 멀다고...

 

그런데 오늘은 왠지 그런 생각이 드네요. 예수님께 나아가는 길에 모범답안이 있을까? 어쩌면 예수님께 가는 길은 "길 없는 길"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거면 땡이야~'하는 길은 길이 정녕 아닐진데...

살아 있는 분, 생명이신 분! 그래서 늘 고민하고, 찾아야 하는 길!

'사랑'이라는 나침판을 가지고 찾아 헤매는 길이 신앙의 길!

바로 예수님이 걸어가신 그 길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이제 제가 가야 할 길도 바로 예수님이 걸어가신 그 길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얼른 주님께서 가신 그 길을 짧은 다리로 열심히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저와 함께 동행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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