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지키지 못한 아내와의 약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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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꾸물거리는 아침 입니다. 어제의 여운으로 오늘까지 맘 한 구석이 알싸아~ 합니다. 어젠 병원으로 호스피스 봉사 가는 날 이었습니다. (참, 전 봉사라는 말을 해야 할때 마음이 갈등 합니다.. 진짜 봉사를 하시는 분 들은 소리 없이 더 많이들 하시는데 뭐 하나 감동을 알면 고걸 전하고 싶어서 손,입이 근질거려 말하게 되니.. 못난 것!... 하고 흉보셔도 돼요.) 제가 본 환자 30대 젊은 형제님이 이제 3달쯤 된 딸을 두고 , 또 장대 같은 쌍둥이 아들을 두고 떠난 50대 초반의 자매님을 보내고 잠시 우울해 했었습니다. 가끔 성당에 가서도 낯이 설고 내가 왜 여기에 앉아 있을까.. 나는 누굴까... 장자의 호접몽 생각이 자꾸 생각 나는거예요. 사물은 다 그대로 있는데 사람만 증발 된 상황이 너무나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죽음은 증발. 50대 자매님을 극진히 간호하신 분은 그녀의 남편 이셨습니다. 뒤 늦게 병중의 아내가 천주교 대세를 받고 싶어해 그런 아내를 위해 솔선수범해 준 남편이시기도 했습니다. 간암 말기로 혼수 상태가 자주 일어났는데 늘 극진한 간호로 보는 이들의 감동을 불러 일으킨 부부애를 보여 주신 분이셨습니다. 어젠 그분이 아내를 잃고 두 주가 지나서야 원목실로 수박을 사들고 오셨더라구요. 신부님 수녀님께 감사드리고 봉사자들에게도 그간 고마웠다며 인사차 들르신것 이라고 하셨습니다. 가신분은 가셨지만 너무나 그 동안 애를 많이 쓰셨다고 말씀 드렸지요. 그런데 그분이 아내 마리아가 죽기전에 원하는 것 다 해주었는데 한가지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하다며 조그맣게 못 지킨 약속을 저희 들에게 말하셨습니다. 마리아는 자기의 죽음이 임박 했다는걸 알았는지 자기가 죽거든 자기는 찬게 싫으니 금방 영안실에 넣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했다 합니다.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 사망 하자 병원 측에 맡겨서 영안실로 금방 가게 했다고 합니다 . 그 분 말에 의하면 다시 살아 날까봐서..... 그 동안 몇번이고 혼수상태를 맞아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기길 여러 차례 그럴때 마다 어찌나 고통스러워 하는지 차라리 깨어나지 말기를 맘 속으로 빌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죽었다고 했다가 또 깨어나 고통을 느낄까봐 살아나지 말라고 영안실에 서둘러 넣었다고 하시며 아내와 어긴 약속이 맘에 너무나 걸리신다고 했습니다. 그 분의 말이 끝나자 우린 커튼 속으로 들어가기도 했고 괜시리 잘 놓여진 책을 만지작 거렸기도 했으며 아무도 왜 약속을 어겼냐고 말 할수가 없었습니다. 아내가 죽으면 화장실에가서 웃는다구요? 웃자고 한 말들 일것이고 중년 남자의 혼자인 모습은 측은 그 자체 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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