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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을 타고... 어느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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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필희 [wsophia] 쪽지 캡슐

2001-12-23 ㅣ No.8911

 

초등학교 4학년때 쯤인가 봅니다

 

제가  알고 있던 성탄절은

 

그저 산타 할아버지가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 주는날로 알고는 있었지만

 

머리 속엔 예수님이 뭐하는 분이길래

 

대통령처럼 안중근 의사 처럼 최근의 유명한 사람도 아닌데

 

누가 이세상에 살아있었던 걸 본 적도 없는데

 

왜 예수라는 사람의 생일만 되면 큰 명절처럼 들떠서

 

술렁거리나 싶은 그런 생각만 들 때 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신문 라디오를 통해서만이

 

세상 돌아가는 걸 알 수 있을 때였고

 

시골 조그만 초등학교 옆에 사는 저로서는

 

성탄절의 분위기라고는 도무지 느껴 볼 수가 없었지요

 

그때만 해도 아빠랑 달님보고 절을 할때였으니....

 

그러면서도 누가 너는 마리아교랑 예수교랑

 

불교중에서 뭐 믿고 싶니 라고 했을때 마리아교를

 

믿을거라고 했던 기억과

 

수녀님 처럼 보자기를 머리에 덮어쓰고 놀이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어쩜 그때부터 성령께서...)

 

그 즈음 어느 성탄절 아침의 일입니다.

 

엄하고 무섭기만 하시던 아버지께서 평소때완 달리

 

아침에 세수하러 나온 저에게

 

어제 우리집에도 산타 할아버지가 왔다

 

갔나보다 하시며  마루 밑으로 어색한 눈길을

 

보내시는 것이었습니다.

 

마루밑에는 신발들이 나란히 있었고

 

나는 얼른 내가 신던 검정 운동화를 꺼내 보았습니다

 

신발속에는 오십원짜리 지폐 한장이 꼬깃 꼬깃하게

 

접혀져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단 한번의 그 기억이

 

제게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자리매김했고

 

엄하고 무섭게하기만 했던 아버지였지만

 

그렇지만은 않은 아버지임을 느끼게 해준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아버지께서 제게 지폐한장을

 

주신것에 불과하지만 제겐 돈 보다는

 

아버지의 사랑 그것이 얼마나 큰 선물이었던지요!  

 

해마다 성탄절이면 이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그리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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