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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 4주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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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영 [ds1bkx] 쪽지 캡슐

1999-03-10 ㅣ No.61

    사순 제 4주일에...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면 이내 눈을 뜨기는 하지만, 백일 정도 지나야 사물을 분간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눈에 익은 사람과 낯선 사람을 구분할줄 알며, 낯선 사람을 보면 울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아기에게는 모든 것이 경이롭고 신기하게 보이겠지요. 그래서 호기심이 많을 때지요.

  그러다가 학원, 유치원에 다닐 정도가 되면 글눈이 뜨입니다. 그리고 사춘기가 되면, 자기 자신과 친구와 이성에 대한 눈도 뜨기 시작합니다. 자기 자신과 친구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이성에 대해 관심과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공자는 인생 40을 '불혹'이라 했습니다.

  그간의 삶의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지니고 세상을 바라다보게 되며, 삶에 대한 의혹이 없다는 뜻이겠지요. 인생에 대한 참된 눈을 뜨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래서 40이후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 모양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네 인생은 조금씩 눈을 떠가는 삶의 여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1일, 근교의 산을 등반했었습니다. 크고 작은 바위들로 어우러진 산의 광경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마침 공휴일인지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등반을 했는데, 젖먹이 어린 아기를 업고 등반하는 젊은 부부가 특별히 눈에 들어 왔습니다. 아기를 두 손으로 치켜 들고 산의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 주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등반하기에 그렇게 쉬운 산은 아니었는데,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동반하는 부모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고, 초등학교 어린 학생 몇 명이 함께 등반하는 모습도 참 보기에 좋았습니다. 연세 많은 노인 분들이 함께 어우러져 등반하는 모습도 참 좋게 보였습니다. 모두가 자연에 취해 즐겁게 등반하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태생 소경을 만나십니다. 그리고 그의 눈을 뜨게 하실 뿐만 아니라, 그의 믿음을 충만케 하시며, 당신께 대한 참된 '신앙의 눈'을 뜨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태생 소경이라면, 한 번도 세상을 보지 못한 처지가 아닙니까?

  부모님은 어떻게 생겼는지,

  하늘과 바다와 땅의 색깔이 어떤 것인지,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얼마나 마음이 답답하겠으며, 그 얼마나 세상을 보고 싶었겠습니까?

  한 번이라도 눈을 떠보고 싶은 욕망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사람들은 태생 소경의 아픔과 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가 소경으로 태어난 것은 죄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를 죄인 취급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시며, 이 사람이소경으로 태어난 것은 죄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밝히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태생 소경의 눈을 뜨게 하셨습니다. 마침 그날은 안식일 이였습니다. 이 소문을 들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소경이었던 그 사람을 불러 눈을 뜨게 해준 사람을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고 묻자, 그는 '예언자'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는 아직 자신의 눈을 뜨게 하신 분이 어떤 분인지를 몰랐던 것입니다.   그가 회당에서 쫓겨났다는 말을 듣고 그를 만난 예수님은 당신의 정체를 밝히시며, 당신께 대한 참된 신앙의 눈을 뜨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보통 겉모습을 보고 사람을 평가합니다. 그래서 겉치레에 신경을 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아도 보지를 못하는 우리에게 참으로 필요한 것은 참된 인생의 눈을 뜨는 것이고, 참된 신앙의 눈을 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 우리는 주님을 믿는 참된 신앙의 삶을 살아갈 수 있고, 신앙의 눈으로 삶과 세상을 바라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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