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어린이는(마르코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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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희 [lusi71] 쪽지 캡슐

2003-02-25 ㅣ No.3878

길에서 제자들이 다툼을 합니다.

주제를 물어보시니 정말 어이없는 대화입니다.

...

" 자기들 중에 누가 제일 높은가..? "

...

메시아의 영광의 날에 자신의 자리를 놓고 제자들은 사이사이 논하곤 했었던 듯 합니다.

지금 자신들이 이런 고생을 하는 것이..

앞으로 다가올 자신들의 영광스런 나라의 보장된 한자리를 위한 것임을 결코 숨기지도 않습니다.

 

 

그런 제자들을 보시며 예수님은 참 답답하셨던 듯 합니다..

자신의 수난예고나 앞으로의 그들이 걸어야 할 거친 길들에 대해서 아무리 솔직담백하게 말씀하셔도..

끝없는 머리속 계산을 멈추지 않는 이들에게 할 말이 없으셨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예고나 말씀은 그냥 자신들을 겁주기 위한 것이고,

보이시는 기적이나 모습속에서 제자들은 자신의 계산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제 한 술 더떠서...오늘 복음에서는 받아 챙길 자리다툼을 앞서서 하고 있습니다.

 

 

계산하기...앞서가기...

우리가 흔히 살면서 신앙을 지킬 때 따라오는 딜레마입니다.

 

우리는 님에게 기도를 합니다..

 

무엇을 이루어 달라고 기도하고,,,

무엇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고...

자신의 성취과, 가족의 건강과,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가슴의 상처때문에도 기도하고...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때문에도..

가끔은 현실에서 보이는 아프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떠들고 있는 자신을 봐야 합니다.

이번 나의 기도의 응답은 이렇게 해주셔야 하고...

이번 나의 기도는 이런 결과가 와야 하며...

이번 나의 기도는 이렇게 들으셔서 용서해 주셔야 한다고 떠들고만 있는 자신을 봐야 합니다.

 

 

도대체 님이 어떤 말씀이 나에게 하고프셔서 이런 일들을 나에게 펼치셨으며,,

도대체 님은 어떤 계획이 있으셔서 나를 이 자리에 서게 하셨으며,,

무엇을 나를 위한 일이기에 움직이시는지...

 

님의 눈은 쳐다보려 하지도 않고 엎드려서..울며.

님의 말씀은 들으려고 하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님은 침묵속에....

말없는 기도속 침묵속에서 말씀하신다는 것을 전혀 잊고 있는 자신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자신을 보아 버렸습니다...

 

너무나 계산하기 바쁘고....

너무나 앞서가기 바쁜 나의 삶의 방식은...어른스런 방식은...

님 앞에서 건방을 떨고 있었습니다..

 

 

님은 느닷없이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에게 어린아이를 내세우십니다.

" 첫째가 꼴찌가 되고 첫째가 되려면 섬겨야 한다..." 는 말씀끝에 어린이를 세우십니다.

 

어린 아이는 계산이 서툴고...의심할 줄 모릅니다..

어린 아이는 두려움을 알며...의지할 줄 압니다..

어린 아이는 계획에 서툴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압니다.

 

쉽게 사과할 줄 알고 용서를 청할 줄 아는 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은, 들어야 한다는 것을.....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님은 우리에게 그런 눈으로 당신을 바라봐주길 기대하십니다.

그런 귀로 들어주시길 기대하십니다.

 

나의 잣대는 언제나 사람들을 재고, 이웃을 재고, 현실을 재더니..

이제 님까지도 재고 있었습니다.

....

 

용서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너무나 세상에 물들어 있었노라고...

이제 당신의 세상에 물들기를 원하고 청하노라고 기도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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