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퍼진 연인(마르코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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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희 [lusi71] 쪽지 캡슐

2003-03-02 ㅣ No.3889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제 나는 빈 들로 나가 사랑을 속삭여 주리라. 그제야 내 사랑이 그 마음에 메아리치리라. 이집트에서 나오던 때, 한창 피어나던 시절같이.

너와 나는 약혼한 사이. 우리 사이는 영원히 변할 수 없다. 나의 약혼 선물은 정의와 공평, 한결같은 사랑과 뜨거운 애정이다. 진실도 나의 약혼 선물이다. 이것을 받고 주님인 나의 마음을 알아 다오."

                                                   --호세아 5 --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잔칫집에 온 신랑 친구들이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야 어떻게 단식을 할 수 있겠느냐?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는 그럴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온다. 그 때에 가서는 그들도 단식을 하게 될 것이다.

낡은 옷에 새 천 조각을 대고 깁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면 낡은 옷이 새 천 조작에 켕겨 더 찢어지게 된다. 또 낡은 가죽 부대에 새 포도주를 넣는 사람도 없다.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부대도 다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마르코 2,18--

 

며칠 째 우리를 향한 연인의 뜨거운 마음을 담은 님에 대해 묵상하게 됩니다.

성서상에서 님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할때 연인의 관계로 표현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것도 오래된 연인보다는 설레이는 뜨겁고 애타는 연인..

 

 

메시아를 기다리는 인간의 갈망을 님을 기다리는 목마름에 비유하고..

인간을 찾아와 베푸시고자 하는 구원은 기다리는 연인을 항해 달려가는 연인에 비유됩니다.

 

 

나의 사랑을 받아다오..

나의 사랑...마음을 알아다오...나의 약혼선물을 받고 믿고 기달려다오

 

드뎌 오늘 혼인잔치의 신랑에 님은 자신을 넣으십니다.

뜨거운 연애 시절이 지나고..

설레이는 기다림도 지나고...

드뎌 행복한 해피엔딩의 결말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심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 자.....너희가 그토록 기다리던 메시아...연인, 약혼자, 운명의 상대가 와서 혼인잔치를 열고자 하노라...."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예수님에 대해 냉담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님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하여...

사실 예수님은 아주 많이 실망하신 듯 합니다.

 

신랑을 기다리던 신부의 애틋함과 터질듯한 기쁨을 어쩌면 기대하셨는지도 모릅니다.

그토록 서로 사랑을 속삭였다고 믿으시고 온...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으시고 온 이 땅...

..연인에게 돌아 온 냉담한 반응에 속타고 계신 것은 아니었을 까요?

 

하루하루 신혼의 깨소금을 기대하지는 못하더라도...

지극정성 모시는 신부의 애정을 기대하지는 못하더라도...

얼마 함께 하지 못할 연인에게 그래도 함께 있는 동안 행복함을 누리고 싶으셨던 듯 한데...

 

 

님은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셨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에 단순히 순종하신 것이 아니라...

연인을 미칠 듯 사랑하는 맘으로 기다리고 기다리는 연인에게 달려가는 맘으로...

님은 그렇게 세상에 오셨습니다.

 

구원이라는 거창한 것을 떼어놓고도..님은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오셔서 희생제물이 되신 것이 아니라..

직접 인간의 몸으로 오셔서, 긴 시간 우리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셨습니다.

 

신부와 함께, 사랑하는 지인들과 함께 행복의 잔치를 누리고 싶은 신랑이셨던 님은...

새로운 첫마음이나 새로운 기쁨에 젖는 신부를 보는 대신.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내고 있는 뚱한 신부와 친구들을 보게 된 것은 아니셨는지....

 

 

무엇하나 새로운 것 없이 뚱한 신부를 보시며...

난 곧 가야하니, 제발 순간순간 모든 것을 신혼답게 설레이고 싶다는 말이 무색하게...

아주 오래된 연인처럼 짜증만 내고 바가지만 긁는 신부를 만나고 마신 것입니다.

 

 

작은 연관의 장면이 순간 떠오릅니다.

 

지금도 군대를 가기 전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리고 첫휴가를 나온 청년들을 보고 있노라면.....상상이 가는 장면..^^

 

첫휴가를 나오는 이등병의 가슴은 터질 듯합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 이라면....그녀가 자신을 보면 울면서 반가와 해줄 것같고..

사랑하는 친구들은 세상을 얻은 듯 자신을 반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세상이 자신을 향해 기뻐할 듯 여기죠...

 

그러나.....휴가나온 이들을 맞아 본 이들은 모두 알듯....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어제와 같은 오늘입니다.

무엇하나 새로울 것없이...그냥 누군가 마음써줄 이가 늘었을 뿐이지요...

 

아무리 반갑게 맞아주고 정성을 다한 들...

달려 온 이의 마음을 다 채워줄 수는 없습니다.

다시 가야 하는 이의 마음을 다 헤아려 줄수도 없습니다.

 

 

하물며 사랑하는 이와 짧은 시간 보내기 위해...온 님의 마음엔...

서운함으로 가득하실 듯 합니다.

 

....새롭게 신혼생활을 시작한 이에게 모든 이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며주고..

축복의 인사와 함께 "첫..." 이라는 타이틀을 걸어줍니다.

 

혼인의 첫날의 마음...결심...

그것은 분명 어제와 달라야 하고...

 

지난 것은 잊어 버리고...서로의 허물도...그 무엇도 덮어주고...

처음으로 돌아가 새롭게 살기를 축복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님은 그런 축복을 받지 못하셨습니다.

축하도 받지 못하시고 ....반겨주는 이는 더욱 없고...

아니.....어쩌면 신부없는 신랑같이....

너무나 외로운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불평하십니다.

아주 많이 짜증도 내십니다.

 

.....잔치에 모두가 모여 축복과 기쁨을 함께 나누지는 못할 망정...

받고 계시는 푸대접에 ...

헌부대에 담겨지는 새술같고, 헌 옷에 기워지는 새 천 같은 당신의 모습에 마구 짜증을 내십니다.

 

^^;;.....

 

지금도 우리는 애인을 그렇게 대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낡고 망가진 내 방일지언정...애인이 오신다는 말에 청소라도 해야 하거늘...

거미줄 쳐진, 낡은 내 방에 그냥 오시기만을 바라며 기도합니다.

 

상처받고 찢어지고 헤어진 내 맘을...그나마 추스릴 생각도 안하고..

거짓과 위선과 악의로 가득찬 내 맘을 정화할 생각도 안하고...

님이 오시기만을 바라며 성체를 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연인이 와서 청소해 주시고, 정화해 주시고, 다독여 달라고..

배째라...받을 준비만 하는 이 못난 애인에게 오늘도 오시는 님은...

 

사실은 정말 짜증나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 후.....너는 내 것이라고 안심하고 퍼진 여편네는....

바로 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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