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생색내지 마라(마르코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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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희 [lusi71] 쪽지 캡슐

2003-03-04 ㅣ No.3892

그 때에 베드로가 나서서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또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의 복도 백 배나 받을 것이며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 마르코 10,28--

 

 

악을 물리치는 것은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며, 불의를 멀리하는 것은 속죄의 제사를 드리는 것이다.

빈손으로 주님 앞에 나아가지 마라. 위에 말한 모든 것은 계명에 따른 것이다. 의인의 제물은 제단을 풍성하게 하며, 그 향기는 지극히 높으신 분에게까지 올라간다. 의인의 희생 제물은 주님께서 받아 주시고, 그 착한 행실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다.

 

아낌없이 주님을 찬양하며, 네 수고의 첫 열매를 바치는데 인색하지 마라. 제물을 바칠 때는 언제나 웃는 얼굴을 하고, 네 수입의 십분의 일을 기쁜 마음으로 바쳐라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너에게 베풀어 주신 대로, 네 능력껏 아낌없이 바쳐라. 주님께서는 언제나 갚아 주시되, 일곱 배로 갚아 주신다.

주님께 뇌물을 바칠 생각은 하지 마라, 물리치실 것이다. 의롭지 못한 희생 제물에 의존하지 마라. 주님께서는 공정하신 분이시라, 누구에게도 한쪽에 치우친 판단을 하시지 않는다.

 

                                                               --집회서 35,1--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어제에 이어 예수님께 생색내기에 들어갑니다.

사실 어부였던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에게 그물을 버리고 따랐다는 그 귀절의 의미는

정말 자신의 생계를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렸다는 의미입니다.

그 것만을 바라보며 자신을 바라보는 식구들마저 외면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자신있게 생색내며 눈반짝이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오늘 축복을 약속하십니다.

그러나....축복과 함께 일침놓으시는 것을 잊지 않으십니다.

 

" 너희가 나를 위하여, 하느님의 영광과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너희 스스로를 버렸기에

너희를 축복하고 너희 가족을 축복하노라...

그러나 분명히 기억할 것은 있단다...

진심으로 너의 모든 맘과 정성을 다하여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버지는 결코 축복하지 않으신다."

 

 

성서상에서 님은 항상 당신의 사람을 부르실 때 쓰시고자 하는 이를 외롭게 하시는 대신

그의 가족들과 자녀들을 축복하시는 것을 잊지 않으십니다.

 

...최초로 부르신 아브라함...

부르심에 응답한 댓가로 그의 모든 것을 축복하셨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가를 끝없이 시험당합니다.

가장....사랑하는 이는 하느님이다...라는 명제를 위해서 말입니다.

 

첫 예언자로 부르심받았던 사무엘..

자신의 평생을 하느님께 바쳐진 인생으로 살게 되는 대신

그의 어머니였던 한나는 돌계집의 멍에를 벗고 다섯자녀를 더 축복받게 됩니다.

 

 

...님이 부르신 이, 본인은 끝없는 님바라기의 삶을 사는 대신

그만큼 모든 것을 약속해주시는 님,...

 

그렇기에 님의 사람들은 정말 아무런 걱정없이 오로지 님바라기할 수 있게 해 주시는 듯합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을 담보로 님은 당신의 일꾼들을 당신바라기하도록 쥐고 계시는 듯도 합니다.

 

 

탈출기 후 모든 이스라엘 민족들이 약속의 땅 가나안을 분배받을 때...

가장 야훼를 가까이에서 모시던 사제인 레위인들은 정작 아무런 땅도 분배받지 못합니다.

 

야훼는 그들에게 나머지 11부족에게 빌붙어 살게 하시지만..

분명 가장 축복하시며 ...가장 좋은 것을 가질 수 있도록 약속하십니다.

단.....당신을 모시고 따른다는 전제를 깔고..

 

 

그렇듯 님은 당신을 모시는 이들이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보며 살아 숨쉬는 모든 것을 님에게 의지하며 맡길 때

가장 좋은 것으로 모든 것을 축복하고 허락하시지만...

그렇지 않을 때 모든 것을 걷어가시는 분이십니다.

 

또 그러기 위해서 하루하루 일용할 양식을 당신에게 청하도록 그만큼만 허락하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예수님은 그렇게 당신을 모시는 제자들에게 그것을 새로이 상기시키시며 축복하시면서도...

경고성 멘트를 잊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너희가 나를 위하여 아버지를 위하여 그분의 도구로 쓰임을 받을 때

너희는 아버지가 주시고자 하는 좋은 것을 모두 받게 되겠지만...

너희가 그 마음속에 계산과 욕심을 넣는다면...

모든 것을 다 공정하게 보시는 아버지는 다 걷어 가실 수도 있다....

 

 

그 속 의미를 오늘 독서에서 보게 됩니다.

제물이 아닌 마음을 바쳐라...님의 말씀의 율법을 지켜라...

아무리 좋은 제물도 뇌물이라면 아니 즐기시고..

율법을 지키는 것도 기쁜 마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면 님은 아니 즐기신다.

 

계산을 넣는다면...그래서 드리는 뇌물과 행하는 행실...

야훼는 모두 보고 계시며 물리치신다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때때로 아...이것을 님이 원하시나보다...하고 움직이면서도..

하지 않으면 혼나겠지? 생각하기도 하고...

하면 얼마나 이뻐해 주셔서 이것도ㅡ 저것도 님이 허락하시겠지? 하고 계산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가장 싫어하시는 것을 하면서도 스스로 절대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의 베드로처럼 가슴을 펴고 눈반짝이며...

"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습니다...." 하고 생색내기를 뻔뻔하게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허락하셨던 아버지께서... 허락하신 것을 걷어 가셔서....

모든 것을 잃게 될 지도 모르는 우리를 보시며

가슴치며 답답해하시는....우리의 예수님의 모습이...마음아파 옵니다.

 

오늘 하루...

나는 과연 무엇에 쓰시고자 아침에 눈을 뜨도록 허락하셨으며...

무엇을 행하며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고..

결코 생색내지 않고 행하는 자신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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