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기도하지 말라(마태오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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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희 [lusi71] 쪽지 캡슐

2003-03-11 ㅣ No.3903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방인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느님께서 들어 주시는 줄 안다.

그러니 그들을 본받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께서는 구하기도 전에 벌써 너희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신다.

그러므로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예전 신앙생활 = 기도생활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기도 없이는 하느님이 아무 것도 들어 주시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누구는 하루에 묵주기도를 100단을 한다더라...

54일 기도를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한다더라...

지향을 넣고 하는 어마어마한 기도를 들으며..

하느님은 그 분들의 기도를 들어주시느라 나의 기도나 청은 들으실 수도 없겠다..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도 하느님 앞에서 청을 하거나 기도를 할 때는...

방문을 꼭 잠그고 촛불을 켜고,...묵주를 쥐고,

엎드려 울면서 기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애절하게 기도하면 폼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고

하느님이 그런 내가 불쌍해서라도 청을 들어주실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의외로...그런 기도치고...제대로 된 내용이 없었던지...

들어주시지 않으신 적이 훨씬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의 기도에 대해 정말 ....

굉장히 자극적이고 큰 말씀을 하십니다.

 

" 아무 것도 기도하지 말라...

숨은 것도 보시는 아버지는 너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시고 알아서 주신다.

너희는 이렇게만 기도하여라..."

 

.......

우리는 항상 기도합니다.

무엇을 달라고 기도하고...이루어 주십사 기도하고....

그리고 그렇게 기도하는 시간이 많은 것을,.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도하는 시간이 길고...애절해도....

의외로 님은 냉랭하십니다.

긴 시간 지향을 두고 기도해도 응답이 없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겪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쉽게 순응하지 못합니다.

 

 

물론 복음 말씀에

" 구하여라, 받을 것이다.." 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애절히 구하면 하느님은 귀찮아서라도 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얻고자 하는 것을 정말 ....’ 주세요~~~~~! ’ 하며 울면서 애절히 구합니다.

 

 

그러나...뒤에 따라오는 나머지 복음을 다 읽고나면...

우리가 구하는 그 기도가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 생선을  달라는 자식에게 뱀을 줄 아비가 어디 있으며

  달걀을 달라는데 전갈을 줄 사람이 어디 있느냐?

 

  너희가 악하면서도 자녀에게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구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것 곧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

 

 

하느님은.. 우리가 구하는 것을 주시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은.. 당신이 주시고자 하시는 것을 주십니다.

 

물론 하느님은 우리가 구하는 것을 주시기도 하십니다.

정말....주어서는 안되지만....너무나 애절히 구하기에....

주어서는 안되는 것을 주시기도 하시고..

님의 뜻과 부합되기 때문에 주시기도 합니다.

 

 

기도는 ...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님은 그런 기도를 원치 않으십니다.

 

그것은 마치

" 아버지는 제가 원하는 것...저에게 좋은 것을 모르시니 제가 지금부터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그것을 하나하나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러기에...아무리 우리가 원해도

주어서는 안되는 것은 주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시고자 하는 것은....정말 좋은 ...당신의 성령에 의한 것들입니다.

 

 

그것이 비단 신앙과 종교에 묶인 것이 아닐 것입니다.

현실에서 분리되어 세속적인 것을 싫어하시지도 않으십니다.

 

님은 재물도, 돈도, 명예도....

당신의 성령과 영광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정말 얼마든지 베풀어 주십니다.

모든 것 다...그 분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있어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우리보다도 그 분은 더 잘 알고 계십니다.

아니, 오히려 당신의 자녀들이 구질구질하게 궁상떠는 것을 싫어하십니다.

당신의 자녀라 불리는 이들이 남들보다 더 예쁘고...좋게 보이기를 바라십니다.

 

우리가 지금....무엇인가 남에게 부끄럽고...초라하다면...

혹시...내가 님이 원치 않은 기도를 하고,

님이 원치 않는 것을 달라고 받아서는 아닌가...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더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해...

먼저 가지고 있던 나쁜 것을 빼고 계신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무조건...님에게 원망하고...울며 매달려서는 안됩니다.

 

 

예수님이 오늘 말씀하신 것...

기도는 이렇게 하여라...하며 가르쳐 주신 주의 기도...

 

오로지...완벽하신 하느님 아버지를 찬양하고...

모든 것을 알아서 베풀어 주시는 아버지께 감사하며...

너무나 자비로우신 아버지께 저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청하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하느님 아버지의 그 모든 것을 의심하지 않도록,,,,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그 뿐입니다....

그 분은 그렇게 기도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렇게만 기도하면...

 

더 찬양받으시기 위해서...

더 감사받으시기 위해서...

더 자비롭게 사랑하시기 위해서...

숨은 것도 보시는 그 분은 정말 모든 것을 허락하실 것입니다.

 

단.......

 

우리가 원하는 것이....아니라.....

그 분이 우리에게 더 좋은 것이라 여기시는 것으로 말입니다.....

 

오늘...

과연 나는 님에게 무엇을 감사하고 찬양하고 있는지..

나의 말과 행동이 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지...

묵상하는 사순을 보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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