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비굴한 행복과 당당한 불행

인쇄

함정민 [goodguy] 쪽지 캡슐

1999-04-21 ㅣ No.1438

  딸에게 보내는 편지

 

                   - 조선일보 1960년 5월 2일자 조간에 실린 글-

 

  내가 이 글을 신문에 투고하여 세상에 널리 읽히고자 하는 것은 나만이 딸을 가진 애비가 아니고, 또 너와 같이 너의 학교에 딸을 보낸 수천의 부모 형제 자매들이 모두 내 심정과 같을것을 생각하고 이 부끄러움을, 이 고통을 함께 나누고, 함께 울고자 함이로다. 구태여 너의 학교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해도 한 마디로 서울 시내에 있는 `대학교` 라는 이름을 가진 학교 중에서 저 4.19데모 때에 나서지 않고 빠져 버린 학교라면 둘도 있지 않고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나는 그렇게 알고있다.)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다 짐작할 것이다.

 

  시골에서 어렵사리 외과의사의 개업을 해서네 뒤를 보아온 내가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한사람의 이 나라 동포로서 이렇게 슬프고 괴로워 해보기는 내 생애에 있어서이번이 처음이다. 너의 학교는 수십년의 역사를 가지고 빛나는 전통을 자랑하며 수많은 현모양처와 여성 지도자를 배출해 낸 이름높은 학교였다. 세상에서는 너의 학교 학생들에 대해서 사치와 방종하는 경향이 있느니. 다른 학교보다 학비가 많이 드느니 하는 세평도 없지 않으나, 나는 너의 학교의 역사와 그만한 시설과 그만한 ㅅ학생 수효로 보아서, 그러한 세평은 도리어 이해심이 부족한 소치라고 생각하고 역설도 하고 반박도 하여왔다. 그것은 내 딸이 다니는 학교라고 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는 완전히 할 말이 없게 된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고 말았다. 나는 신문이란 신문은 모조리 뒤지면서 행여나 내딸의 학교 이름도 나서지 않나 하고 얼마나 찾았는지모른다. 이제는 시력도 약해지고 기억력도 좋지 않지만 나는 너의 학교의 이름을 단 한번도 발견하지 못하고 말았다. 신문을보면서도 눈물이 사뭇복받쳐 견딜수가 없는 이 벅찬 역사적 마당에서, 그젊은 대열 가운데 하필이면 내딸이 다니는 학교만 빠졌다는 것은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그 숱한 젊은이들 가운데 내 딸의 모습이 끼여있지 않고, 내 학우도 끼어있지 않았다는 사실- 이것이 수십년의 전통과역사를 자랑하는 내 딸의 학교가 홀로보여준 기풍이었단 말인가?.

  인욕아!. 요즘은 별로 수입도 많지 않고 모아 놓은 재산도 없다는 것, 누구보다 네가 잘 알 것이다. 그러난 나는 남의 자식에서 빠짐없이 무엇이나 부족함이 없이 네 뒤를 밀어오기에 있는 힘을 다 하였다. 그리고 내가 네게 바라는 것은 `비굴한 행복` 보다` 당당한 불행`을 사랑할 줄 아는 여성이 되어지이다 하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 지금의 우리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사설이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비굴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당당하게 나에게    

  다가오는 불행들을 받아드리고, 이겨내려고 하는 것인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우리의 상이 어떤건지 한번 생각해 봄이 어떨까요?

 

                                       goodguy...



5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