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동성당 게시판

꽃을 꽃이라 부르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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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규 [sang1127] 쪽지 캡슐

1999-12-01 ㅣ No.919

 꽃을 꽃이라 부르는 것은

 

                        지은이 : 정재한

 

 

꽃을 꽃이라 부르는 것은

봉우리 맺어서 말라 비틀어 질 때까지

아리따운 웃음으로 스쳐지나가는 객들에게

만족스런 웃음을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꽃을 꽃이라 부르는 것은

거센 바람에 가지가 꺽이고

사념으로 날아든 시샘에 몸이 찢겨

쓰라리디 쓰라려도 웃기 때문입니다.

 

꽃을 꽃이라 부르는 것은

어느 거실에 홀로 꽂혔다가

악취 풍기는 쓰레기통에 버리워져도

그 고운 웃음을 잃어버릴까봐

서러움과 외로움 그리고 분노스러움을

간간히 간신히 참아내기 때문입니다.

 

꽃을 꽃이라 부르는 것은

찾아들지 않는 벌 나비를 원망하며

실컷 울고파도

꽃이 운다고 온 누리에 소문이 퍼질까봐

모두가 잠든 새벽

이슬을 핑게 삼아

암암리에 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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