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평신도 주일 강론 - 주일 오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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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동홍보팀 [chunggye] 쪽지 캡슐

2005-11-17 ㅣ No.6155

 

 

찬미예수님!


오소서 성령님 ! 새로나게 하소서 .오늘 평신도 주일을 맞이하여 부족한 저를 이 자리에 서게 해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립니다. 저는 가톨릭 성서봉사자 이옥희 데레사입니다.

성지 미리내의 구교집안에서 7남매의 늦둥이로 태어나 150년 이상 된 뿌리 깊은 신앙을 유산으로 물려받았습니다. 어려서는 몸이 아파서 병을 달고 살았으며 바람 앞에 등불처럼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습니다. 그러나 미리내성당을 놀이터 삼아 기도를 생활화하면서 활동적이고 밝은 성격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안아주고 업어주고 하늘이 무너질세라 땅이 꺼질세라 나를 키우셨던 아버지는 급성간경화로 발병 20일 만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행복하기만 했던 나의 소풍날은 11살 어린나이에 끝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돌아가신지 3년이 지나도 계속되었던 연도 소리는 내 귓가에 슬픔의 통곡 소리로 맴돌았습니다. 애비 없는 자식소리 안 듣게 행동하라는 어머니의 한마디는 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아버지가 안 계신 세상은 온통 회색빛 먹구름으로 덮여 있었지만 긴 겨울이 끝나고 남편으로부터 봄이 전해져왔습니다. 23년 전 11월 명동성당에서 결혼을 하였습니다.

이제 어둠의 깊은 물 위에 하느님의 영이 찾아왔습니다.

우리 가정이 성가정의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신혼여행 첫날밤 기도서를 내놓으며 무릎 꿇고 부부가 되어 감사기도를 드릴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안했던 신부 마음에 평화를 안겨주었던 남편의 신앙 덕분이었습니다.


부부독서를 하다가 미사해설을 한지도 몇 년이 지났지만 소심한 성격 때문에 심장은 항상 멎어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구역 반모임에 갔다가 어느 자매님의 부탁으로 보험회사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책임감과 성실성 하나로 살아온 저는 첫 계약자가 만기계약 5년이 끝나는 날 그만 두기로 결정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지만 세상 속에서 눈을 뜨게 되었고
입을 다물고 벙어리처럼 살아왔던 저는 그 시간을 통해 입을 떼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섭리는 참으로 오묘할 뿐이었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벙어리처럼 살아온 저에게 그곳은 예수님나라 교육을 위해 선택해주신 삶의 교육 현장이었습니다.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했던 성격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목의 염증이 심해졌고 한 달이면 20일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매일 새벽미사를 드렸습니다.

해설자나 독서자가 없을 때 마다 그 빈자리를 메꾸는 시간은 준비된 사람의 몫이며 대타의 은총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만난 사람들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힌 직장생활을 3년만에정리 하였습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테니스와 등산을 시작하였지만 그것은 순간의 기쁨일 뿐이었습니다.

성서공부를 신청했으나 묵상 때문에 자신이 없어 그만두었다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후 용기를 내어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세상에서 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던 하느님에 대한 갈망은 생명의 말씀으로 채워졌고, 신앙 안에서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데레사야 ! 너 어디 있느냐 .󰡓

라는 말씀을 통해 제 삶은 완전한 방향전환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서공부 묵상시간에

󰡐목소리는 나만의 소리가 아니고 주님께서 주신 달란트이며 영성이다. 그러니 병원에 의존하지 말고 예수님 종합병원에서 말씀의 처방전을 받고 구약과 신약을 먹으라󰡑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창조하신 그분만이 치료방법을 알고계시니 이제 믿음으로 약봉지를 내던져 버리라는 그 말은 하느님 말씀으로 내 가슴에 스며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믿음으로 약봉지를 내던져 버리고 구약과 신약을 먹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매일 매일 말씀을 읽고, 쓰고, 듣고, 마음에 새기면서 세상의 참된 행복을 찾아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가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예수의 말씀이 떨어지자 곧 소경은 눈을 뜨고 예수를 따라 나섰다.󰡓


어느 날 늦은 밤, 다음날 창세기 파견봉사를 하러 가자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주님께서 나를 흔들어 깨워주시며 󰡐나를 따르라 󰡑하신 다는 것을 알기에

󰡒너무나 부족하고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지만 모든 것 주님께 맡겼습니다.

제 입에 필요한 말씀을 담아 주십시오.󰡓 하고 기도하며 예비 봉사자의 길을 과감하게 선택하였습니다.

첫 봉사를 떠나는 날 본당에서 반장 피정이 있었고 10번 묻고 답하는 나는 누구인가? 라는 모세의 소명처럼 봉사자의 소명의식을 가슴에 새겨주시는 성서말씀을 통해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겁내지 마라,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오래 전부터 미리 들려주고 알려주지 않았느냐?

너희가 나의 증인이다.󰡓(이사44.8)


“어서 가거라. 네가 입을 열 때 내가 도와주리라.

네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리라. 󰡓(출애4.12)


봉사자의 첫걸음을 내딛으며 저는 외쳤습니다.󰡐나는 하느님 나라 복음 선포를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하고야만다.󰡑를 매일 아침 외치며 말씀을 전하는 사마리아여인이 되었습니다.

성서봉사를 하는 시간 그룹원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묵상을 통해서 가을단풍잎처럼 하느님사랑으로 변화되어 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성서공부야말로 영적으로 성장해 가는 터전임을 깨닫게 됩니다.

첫 봉사를 하던 해 여름, 시아버님께서 심근 경색으로 쓰러지셨고 중환자실에서 계시다가 성모승천 대축일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갑작스러운 시아버님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시어머니는 치매 증세가 악화되어 눈 깜짝할 사이에 문을 열고 나가셨고 경찰서에 가서 몇 번이나 모셔 와야만 했으며 성서봉사라는 선택에 갈등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저녁 시간에 봉사 하러 갈 때면 남편과 딸이 교대를 해주었고 힘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가족들의 배려하는 마음과 사랑으로 일치를 이루면서 성서공부와 봉사자 선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성서공부 중 과제로 가족과 함께 발씻김 예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딸은 무릎을 꿇고 앉아 󰡐내발을 씻어주는 엄마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고 하였고

남편은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발처럼 발의 모습을 닮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겠다󰡑라는 묵상을 하였습니다.


“ 예수께서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


하신 것처럼 성가정의 모습을 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유난히도 무덥던 올 여름부터 시어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냄새가 너무 심해서 머리가 아프다고 하자 딸은 쫓아와서 내입을 막으며

󰡒 엄마 ! 성녀가 되려면 입을 다물고 하셔야지요.󰡓합니다.

딸의 입을 통해서 오늘 주님께서 하신 말씀을 또 듣습니다.

닭이 울기 전 세 번 배반한 베드로에게


“ 요한의 아들 시몬아 ! 네가 나를 정말 사랑하느냐 ? ”

“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 . ” (요한21.16)


하신 이 말씀은 오늘 나에게 맡겨 주신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하신 말씀으로

다가왔습니다.

󰡐데레사야! 네가 나를 정말 사랑하느냐?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

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나에게 맡겨주신 그 양들을 잘 돌보라고 성서 공부를 통해서 변화시켜 주시고 준비시켜 주셨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육체적으로는 힘든 시간이지만 영적으로는 큰 그릇을 준비 시켜주시는 하느님나라 유격훈련시간이라는 것으로 알고 인내하면서 주님의 도구로 쓰여 지기 위해 기도와 희생의 시간을 봉헌합니다.

예수께서 부활하시어 빈 무덤을 남기셨듯이 내안에 무엇을 채우려 하지 않고 끊임없이 빈 무덤을 만들어가며 하느님께서 거하시는 장막이 되겠습니다.

주님께서 맡기신 달란트를 묻어두고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과 힘을 다해 교회 공동체에서 불 소시개가 되겠습니다.

부족하기만 한 저에게 성서 봉사자로 거듭나는 은총의 시간을 주신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 당신을 진정 사랑합니다.


한처음 깊은 어둠

혼돈 위에서

바람부는 고요 속에서

당신의 숨을 내쉬며 말씀하십니다

나는 사랑이니라

빛이 되어라

구름이 되어라

바람이 되어라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되어라

자 와서 네 주인과 기쁨을 함께 나누자


주님 !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아멘 .


성서봉사자 이옥희 데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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