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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흠 스타니슬라오 (1756~1801년)

 한정흠(韓正欽) 스타니슬라오는 전라도 김제의 가난한 양반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훗날 전주에 살던 먼 친척인 유항검(아우구스티노)의 집으로 가서 그 자녀들의 스승이 되었다. 그가 천주교 신앙을 알게 된 것도 바로 유항검 때문이었다.

   유항검으로부터 교리를 배워 입교하게 된 스타니슬라오는 기쁜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여 열심히 실천해 나갔다. 그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그리고 훗날 주문모(야고보) 신부가 전주를 방문하였을 때 그로부터 성사를 받기도 하였다.

   1801년 신유박해가 일어난 지 얼마 안되어 스타니슬라오는 유항검과 함께 그 해 3월에 체포되었다. 전주 감영으로 끌려간 그는 여러 차례 혹독한 문초와 형벌을 받았지만, 조금도 여기에 굴복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그는 열심한 신자 김천애(안드레아)와 최여겸(마티아)을 동료로 맞이하게 되었다.

   한정흠 스타니슬라오와 동료들은 그 후 한양으로 압송되어 문초를 받았지만, 그들의 신앙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그러자 형조에서는 1801년 8월 21일 그들에게 사형을 선고함과 동시에 각각 고향으로 보내 처형하도록 명하였다.2) 이에 따라 스타니슬라오는 고향인 김제로 이송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그곳에서 참수형으로 순교하였으니, 이때가 1801년 8월 26일(음력 7월 18일)로, 당시 그의 나이는 46세였다.

   형조에서 스타니슬라오에게 내린 사형 선고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한정흠은 제사를 폐지하였으며, 천당으로 일찍 가지 못한 것을 오히려 한탄하였다. 그는 죽음을 삶처럼 보았고, 그릇된 도리로 많은 이를 유혹하였다. 그러니 죽음을 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예전부터 이단을 배척한다고 형벌을 가하거나 죽이면서까지 금지시켰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다’고 말하였다. 이처럼 방자하게 발악한 죄는 만 번 죽어도 오히려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