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눈 과 손:한석봉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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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석 [maum] 쪽지 캡슐

2001-12-30 ㅣ No.8329

옛날 꼼날에 한석봉이 과거공부를 한 참 열심히 하고 있던 때의 일이였다.

 

어느 날인가 공부하다가 오랫만에 머리도 식힐 겸해서 집에 들르게 되었다.

집에 가서 어머니께 문안 인사를 드리고는 이제 막 쉴려고 하는 참이었는디, 어머니께서 밭일을 나가시는 것이었다. 혼자서 밭일을 하실 어머닐 생각하니 차마 혼자 편히 쉴 수가 없어서 석봉이도 어머니를 도우러 밭에 나가 보았다.

 

허~~ 근데, 이게 웬일? 조그만 텃밭인 줄로만 알았던 지네집 밭이 의외로 그동안에 제법 많이 커져서(어머니의 부지런함 덕에) 잠시 일이나 도와 드릴까 하고 나왔던 석봉이는 자기도 모르게 절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이 모습을 보고 어머니께서 "왜 그러느냐?"하고 물으시니,

석봉이 왈

" 어머니, 왜 이렇게 힘들게 일을 만들어서 하십니까? 우리가 이런 텃밭을 매지 않아도 먹고 살만한데 말입니다. " 하였다.

 

그러나, 석봉이 어머니께서는 그냥 얼굴에 미소만 머금으신 채로 묵묵히 일만 하시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석봉이 다시 어머니께 "제가 도와 드릴테니, 오늘은 어디까지 하실 참인지 말씀만 해 주세요."하였다.

" 오늘 이 밭을 다 갈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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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봉이는 망연자실.....

속으론’ 이거 오늘 쉬기는 다 틀렸구나.’싶어져 또다시 한숨을 쉬고 말았다.

 

한 시간, 두시간 흘러가면서 석봉이 이마에도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 쯤 돼자, 석봉이의 손에도 일이 제법 익수해져가고, 피곤함보다는 일이 조금씩 조금씩 되어가는 것에 웬지 재미가 생겨 절로 콧노래까지 나오고 어깨춤마저 덩실덩실 하였다.

 

드디어, 저녁 먹을 때가 돼자,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던 밭일이 마무리되었다.

기분이 한껏 좋아진 석봉이" 엄니, 아까 볼 땐 언제 이걸 다하나 싶었는데... 벌써 다 끝났어요...하하하."하며 의기양양해 했다.(’나도 제법 한일 하는구나’싶어졌던 것이다.)

 

그러자, 그 때까지 묵묵히 일만 하시던 한석봉의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 얘야, 눈은 게으르고 손이 부지런한 법이란다."

!

!

!

!

!

!

이런 한석봉 얘기는 첨 들으셨을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 있었던 얘기랍니다.

 

(☞참고로 한석봉은 제 별명입니다. ^.^;;;)

 

어제 저녁에 집에서 한참 공부를 하고 있는데, 머리는 안돌아가는 거 같고, 남은 진도는 너무 많아서 거의 의욕을 상실하고 있을 쯤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읍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일단 놀고보자!’하고 나가서는 두세시간 쯤 아무생각없이 돌을 굴리다 왔읍니다. 좀 쉬어서 그런지 다시 책상에 앉자 머리가 맑아져 책이 쏙쏙 들어왔읍니다.

 

글구 어느샌가 오늘 진도를 모두 끝냈더라구요...

 

그래 문득 이전에 어머니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드랬읍니다....

 

암튼, 자고로 어른들 말씀은 하나 틀린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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