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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 아름다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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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 [yu1214] 쪽지 캡슐

1999-10-03 ㅣ No.318

 

                       어머니의 우산

 

오늘도 창문 사이로 뜨거운 햇살이 들어온다.

그 햇살을 받으면 차갑던 내마음속에 초록의 새싹들이 돋아난다.

그 새싹들이 큰 숲을 이루는 꿈을 꾸곤 한다.

그러면서 이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나는 태어날때부터 몸이 불편하여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목발과

인연을 맺었고 휠체어에 의지해가며 살아야한다.

그런 내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여행을 간다는 것이 불가능한 처지지만

친구들이랑 기차를 타고 바닷가에 가서 수영도 하고 배구도 하고

밥도 지어 먹는 꿈을 꾸곤 한다.

간혹 어머니에게 짜증을 내면 어머니는

나를 달래기도 하고 웃겨보려고 애를 쓰신다.

어머니의 속마음을 알면서도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하는 내자신이 싫어질때가 많다.

초등학교 3학년 어느날 유난히도 비가 많이와서 등교때에도 엄마의 배움을 받아 통학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다.

그런데 오후까지 비가 계속 내려 다시 통학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는데 어머니가 마중나와 계시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린 나는 섭섭했지만 혼자서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보이려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결국 길의 패인 곳을 보지 못해 흙탕물에 넘어지고 말았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이 창피해서 급히 일어서려 했지만 마음뿐이었다.

필사적으로 기다시피하여 눈앞에 보이는 물체를 짚고 일어나 막 걸음을 옮기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우산을 씌워주었다.

어머니가 서 계셨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인채 나는 요즘도 어머니의 우산 속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감사하며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뿌듯함으로 행복하던 그날을 떠올리곤 한다.

오늘 하루도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받으며 마음속에 큰 열매를 맺고싶다.

 

                  - 정용희(세라피나) / 명혜학교(특수학교) 학생 -

                        경향잡지 98년 9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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