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성당 게시판

주님만찬 성목요일에...

인쇄

김학용 [apostle] 쪽지 캡슐

2000-04-20 ㅣ No.945

                                         - 이해인(클라우디아) 수녀 -

 

 

 

 

사랑하는 주님, 오늘은 당신 가슴에 기대어

 

당신의 말씀을 들었다는 사도 요한처럼

 

저도 당신 곁에 바짝 다가앉아서 당신의 그 모습을 살펴보렵니다.

 

당신이 지난 날 제게 베풀어주신

 

무한한 은총과 사랑을 다시 기억하며,

 

붉은 포도주가 넘쳐흐르는 저의 술잔에

 

말로는 다 표현 못할 저의 참회의 마음을 눈물로 담겠습니다.

 

 

사랑하는 주님,

 

번번이 당신을 배반하고도 "저는 아니겠지요?"라고

 

발뺌만 하려 드는 뻔뻔함을,

 

당신의 그 깊은 말씀을 절반도 채 못 알아듣고

 

동문서답하는 이 죄인을 용서하십시오.

 

오늘은 "주님,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까지도 씻어 주십시오"라고

 

당신께 청을 드린 사도 베드로처럼

 

저도 당신께 제 때묻은 손과 발과 머리를 드리오니 씻어 주소서.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이제 나와 아무 상관도 없게 된다."고

 

말씀하시는 주님,

 

당신이 씻어 주신 깨끗한 손으로

 

저는 당신의 거룩한 두 발을 씻어 드리게 하소서.

 

떠나시는 당신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왜 이리 없습니까?

 

왜 이리 무력한 자로 남아 있어야 합니까?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늘 애절하게 하시는 그 말씀을

 

잘 듣고 살지 못했음이

 

오늘은 뼈에 사무치는 서러움으로 저를 아프게 합니다.

 

제게 주신 극진한 사랑을 돌려 받지 못하고

 

번번이 성처만 받으신 사랑의 주님,

 

당신이 떼어 주신 사랑의 빵을 먹으며

 

당신이 저를 위해 행하신 숱한 일과 놀라운 기적들을 생각했습니다.

 

빵처럼 제 마음에 부풀어오르는

 

당신의 큰사랑을 느꼈습니다.

 

 

하오나 주님,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누구시길래 그토록 큰사랑으로 저를 늘 이렇듯 당황하게 하십니까?

 

당신이 너무 큰사랑을 베풀어주실 수록

 

저는 더욱 사랑에서 멀리 있는 듯한 작은 자의 외로움을 맛봅니다.

 

 

오, 주님,

 

오늘은 당신이 베푸신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는 날,

 

저의 이런 마음을 기도로 바치오니 받아 주소서.

 

사랑이 부족해서 가난한 저이오나

 

저의 전 존재를 봉헌하오니 받아 주소서.



2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