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아침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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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순 [soonsu1] 쪽지 캡슐

2000-05-21 ㅣ No.5403

    아침의 기도

     

    빛 속을 걸었다.

    영혼의 울림만 종소리처럼 번져 나갈 그 날을 맞으면 시간의 축은 사라지리라.

    그래 이제 더욱 가까워졌어...

    약속의 그날을 기다리면서도 아직은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었지.

    자꾸만 나타나는 징후들이 두려워지는 나는 그들과 함께 흙이 되어 누워 있을

    나 자신을 본다.

     

    자신을 태운 불길로

    주변의 생명을 밝히는 나무

    새들의 순수와 사랑의 손길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주었어

     

    신이여 나는 두렵습니다.

    나무에서 막 떨어진 낙엽처럼 길거리를 뒹굴며 어디에선가 한줌 부식토가 되어

    풀뿌리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신이여, 내 흩어지는 영혼을 잡아주소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기름의 등잔으로 그날을 맞이하는 초라함을 가려 주소서.

    먼저 손 내밀지 못했던 자존심과 망설이던 주저함을 진작 버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해 주소서.

     

    해 떠오르는 아침이 다르게 느껴지는 건

    약속의 그날이 더욱 가까워졌기 때문이고

    다시 새로운 하늘이 열리어

    기쁨과 슬픔이 제자리로 찾아갈 것을

    나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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