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성당 게시판

[전례부]사랑하는 후배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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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숙 [saddy] 쪽지 캡슐

2000-01-29 ㅣ No.2538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제가 벌써 전례부를 떠날 시간을 맞았다는 것이.. 이렇게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정말 믿고 싶지 않습니다.

저의 청소년기를 쭉 함께 채워온 것이 있다면 바로 전례부 일 것입니다. 그만큼 너무나 소중한 기억입니다. 그리고 지금 함께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에게는 잊지 못할 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시작과 끝 중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은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여러분은 앞으로의 일을 바라보고 기대할 수 있지만 가장 끝에 서있는 저는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할 수 있고 여기까지만 기억할 수 있습니다.

돌아보면 특별한 것도 없었는데 여기까지 온다는 것이 참 힘들었습니다. 후배의 입장에 있을 때나 선배의 입장에 있을 때 보다 전례부 부장의 입장에 있을 때가 가장 외로웠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1년간 한계, 포기, 노력, 절망, 책임, 부담 같은 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 보단 아쉬움, 미안함, 감사, 후회란 말이 더 절실히 와 닿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저처럼 이렇게 떳떳하지 못한 마지막을 맞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전례부에 대해 조금만 더 책임감을 가졌으면 합니다. 한 사람만 노력해서는 안 되는 일이 더 많습니다. 최선을 다 해 주길 바랍니다. 이 최선이란 말을 새겨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부디 함께 하는 전례부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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