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초콜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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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ireksm] 쪽지 캡슐

2003-02-07 ㅣ No.4456

 

 

 

 

 한참 전에 제가 병원 원목실에서 미사참례를 할때였습니다.

 

 미사가 보통 일주일에 한번 정도였는데

 

 어느날 새로오신 외국신부님께서 매일 미사를 하기시작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녁 7시 30분에 작은 원목실에 가면

 

 무척 심한 질환을 가진 분들과 가족들이 힘없는 모습으로 와서 같이 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원목실에서 촘촘히 앉아서 미사를 드릴때면 그 작은 공간은

 

 절박함과 간절함으로 가득차곤했었는데   

 

 

 매일미사가 생겨 참 좋았습니다.

 

 

 

 신부님은 한국에 오신지 오래되셨기 때문에 우리말을 잘하셨는데

 

 그래도 들을때마다 항상 신기한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저는 시험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게 도무지 걱정이 되어

 

 매일 매일 열심히 미사참례를 하였습니다. -_-;;

 

 

 저는 그 중 거의 유일하게 안아픈 사람이었는데

 

 그 덕분에 한번은  봉성체를 따라가게되었습니다

 

  - 사실은 봉성체라는 말을 그때 처음 들어보았는데

 

그때 얼떨결에 따라갔던 봉성체때의 기억이 잊혀지지않습니다 .

 

 

 

 

 그 병원은 유난히 심한 질병을 앓는 분들만 모여있는 곳이어서

 

 평소에 병실에 들어가면  고통과 죽음의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워져있어서

 

 마주하기 참 괴로운 곳이었습니다.

 

 

 

 

 

 그 중 한분은 이제 병이 너무 깊어져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가 도움이 안되는 상태였고

 

 사실 음식도 못넘기시는 상태로

 

 죽음이 그분을 거의 차지한 것으로 보이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성체를 영하려고 힘겹게 일어나 앉아

 

 준비하는

 

 그분의 얼굴이  갑자기 경건한 빛을 띠면서 살아나서

 

 깜짝 놀랐었습니다.

 

 

 

 약하게 겨우 생명을 유지하던 그 분이

 

 성체앞에서 그렇게 경건하고  생생하게 살아나는 모습이 오랫동안 잊혀지지가 않았습니다

 

 

 

 

 

 또 다른 한 병실엔

 

 역시 기약없는 오래된 병으로 많이 소모되고 지친 한 여자분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전에도 신부님께서 가끔 병자방문때 오셨는지

 

 잘아는 사이같았고 무척 반가와하셨습니다

 

 

 

 

얘기를 나누다 갑자기 그 분이 침대 머리맡에서 준비했던 뭔가를 꺼내어 신부님께 드렸는데

 

 네모란 허쉬 초콜렛이었습니다.

 

 

 

 

 

 신부님은 초콜렛을 받아드시고는 얼른 주머니에 넣으시면서

 

 

 

 신부님은 무척 날씬하시니깐 이걸 먹고 살이 좀 쪄야겠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환자분과  옆에있던 우리 모두가 와 하고 웃었었는데

 

 왜냐하면 신부님은 전혀 안날씬하셨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에도 병실에 자주 들어갔었고

 

 그 무겁고 희망없고 짓눌리는 듯한 공기가 참 답답했었는데

 

 

 

 그 순간 그 공간이 얼마나 따뜻하고 밝았었는지 역시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었습니다.

 

 

 

 

 

 오늘 평화신문에서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나요한 신부님께서

 

 돌아가셔서 장례미사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청년때 한국에 오셔서 그후로 계속 한국에서 사셨고..

 

 저는 신부님께서 원목신부님이실때  잠시 뵜었었는데..

 

 

 

 

 이렇게 찾아뵙지는 않고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간직하다가

 

 신문에서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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