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철부지 미카엘라가 설인사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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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님께
추기경님! 인녕하세요. 설이 벌써 넬모례로 바짝 다가왔군요. 답장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항상 잊지 않으시고 답장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히 잘 지내시죠? 추기경님께서는 어떻게 명절을 지내시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아. 맞다. 추기경님께 미카엘라가 세배를 드려야겠군요. 비록 직접 찾아 뵙고 드리진 못하지만. 추기경님!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넙죽~) 미카엘라도 이제 나이 한 살 더 먹으니 철 좀 들어야죠. 이제 20대 후반인걸요. 그런데 추기경님! 어렸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 나이 먹는 게 좋았는데 20대로 들어서면서 왜 그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어요. 나이 좀 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아직 파릇파릇한 20대 초반 애들 보면 너무 부러워요. 저는 20대를 학교와 공부밖에 모르고 산 것 같아서 후회가 막심하고 어떤 땐서럽기까지 해요. 정말 그 흔한 연애 한번 못해봤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보니까 저한테 남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고작 대학 때 받은 상패 몇 개와 대학졸업장과 졸작 몇 개가 제 20대 흔적의 전부였죠. 참 허망하더군요. 더 우스운 건 그렇게 후회스러운 삶을 지금도 또 다시 살고 있다는 거예요.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맞긴 맞나 봐요.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서워요. 제가 추기경님께 별소리를 다 하는군요. 다가오는 새해에는 정말 저답지 않은 아주 멋진 일 하나 확 저지르고 싶어요. 졸업 논문도 쓰고 할 일도 많겠지만 그래도 큰 일 한번 저지를 겁니다,. 좋은 일로요. 추기경님께서도 기대해 주세요. 추기경님! 제가 자랑 한가지 해도 돼요? 혹시 서울대교구 홍보실에서 발행되는 「그대 지금 어디에」라는 것 보시나요? 이번 2월호에 제 글이 실렸거든요. 예비자 교리반 때 담당 수녀님 소개로 대교구 홍보실 수녀님을 알게 됐는데 제가 봉사하고 싶다고 했더니 감사하게도 제게 글 쓸 기회를 주셨어요. 홍보실에 계신 분들 너무 좋은 분들이에요. 정신부님, 김마리아수녀님, 직원들, 뵈면 뵐수록 참 따뜻한 분들이에요. 또한, 그 잡지를 넉넉히 포장해서 집으로 보내주시기까지 하셨어요. 솔직히 저는 이제껏 너무 이기적이어서 남을 배려할 줄도 몰랐고, 남을 위한 일은 별로 못해봤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평생 산다면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제 힘이 허락하는 한 봉사하고 싶거든요. 주님을 위해, 또는 저보다 못한 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구요. . 그런데 기회가 닿질 않아요. 해서 3월에 서울에 올라가면 성당 청년회에 가입할까 해요. 아무래도 단체에 소속돼 있으면 사람도 많이 접하게 되고 봉사활동 할 기회가 많이 생길 것 같아서요. 저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참, 주일에 성당 다녀왔어요. 미사보고 동생녀석 입교도 시키구요. 서울에 가면 본당 가서 고해성사부터 받으려구요. 제가 추기경님께 너무 버릇없이 구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저희 외할아버지께서 연세가 86세이신데 아직도 정정하셔서 할아버지한테 응석 부리는 게 몸에 베어 있어 할아버지한테처럼 추기경님한테도 막 응석 부리고 싶어져요. 죄송합니다. 미카엘라는 언제나 철이 날 지 모르겠어요. 추기경님! 설날 잘 보내시구요. (전라도 사투리로) 맛난 것 많이많이 드세요. 추기경님의 평화를 빕니다. 참, 교황님이 많이 편찮으시다고 하던데 걱정이 되는군요. 빨리 쾌유하셔야 할 텐데요. 추기경님! 부디 건강하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찬미 예수.
홍지화 미카엘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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