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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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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zizibe76] 쪽지 캡슐

2002-08-23 ㅣ No.10312

방글방글 웃고 있는 아기를 보고도 마음이 밝아지지 않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식구들 얼굴을 마주 보고도 살짝 웃어 주지 못한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문을 비추는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하루가 궁금하지 않고

전화도 기다려지지 않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를 받고

’바쁘다’는 말만 하고 끊었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도

소리만 들릴 뿐 마음에 감동이 흐르지 않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슬픈 영화를 봐도 눈물이 나오지 않고

슬픈 연속극을 보면서도

극본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다가

반가운 얼굴을 발견하고도 궁금하지 않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친구가 보낸 편지를 받고

그것을 끝까지 읽지 않거나 답장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기 위해 한번 더 뒤돌아보지 않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아침과 저녁이 같고,

맑은 날과 비오는 날도 같고,

산이나 바다에서 똑같은 느낌을 받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보내준 E-mail을

일주일 혹은 한달뒤 열어 보았거나,

그 글을 읽어 볼 마음의 여유도 갖지 못한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당신은 그 동안 참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일 한 가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쉬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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