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그가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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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hanybaram] 쪽지 캡슐

1999-11-04 ㅣ No.2515

그가 돌아왔다...그동안 전화 한통도 편지 한통도 없이 나를 외면한듯 무심한 그가

눈물섞인 나의 밤에 소리도 없이 돌아왔다.

내 집앞에서 며칠을 벌서듯 나의 용서를 청하고 있었다.

말없이 떠나야 했던 그 사정을 변명하지 않았지만 그는 이해해 달라고만 했다.

그 오랜 시간동안 내가 가진 아픔과 슬픔을 못다 풀어놓은 채

그냥 하염없이 울기만 했지만 그는 돌아가지도 않은채 고개숙여 나의 허락만을 바랬다.

그에게 문을 열어주고는 나도 모르게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짙은 어둠이 밀러오는 시간에 달빛도 없는 밤이 흐르고 있었는데...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그는 발소리도 없이 다가와 그렇게 울고있는 나를 안아주었다.

그의 품속에 안겨 울었을때 그의 차가운 숨소리를 느꼈다. 그가 그동안 얼마나 시린 계절 속에 있었는지 알수가 있었다. 그의 사랑이 내 뼛속까지 져며들고 있었다.

그를 사랑해서, 그를 용서해야하고, 다시 그를 받아들이고, 언젠가 다시 떠나더라도 또 기다려야하는 지독한 사랑...

나는 가을과 사랑에 빠진것이다.

이제 곧 그는 떠나리라... 일년이라는 세월이 무상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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