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신부님,수녀님 생각이 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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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자 [stellara] 쪽지 캡슐

2005-08-11 ㅣ No.5704

*신부님, 수녀님 생각이 났지요.*

 

3박 4일의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갑자기 정해진,  단체로 쉬는 휴가 기간이라  정신없이 떠났었습니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되도록이면 서울을 멀리 떠나 첫날 도착한곳이 영암의 월출산 밑이었어요.  몇년에 한번씩이라도 남도에 오면 들려서 가는 영암의 유명한 식당에서  낙지를 넣은 돌솥 비빔밥 한그릇에 행복했습니다. 세발 낙지 구이도 같이...

낙지 전문점인데 연포탕을 좋아하시는 신부님 생각이 나서 남편과 함께 '맛난 음식을 함께 했으면 좋을텐데...'하고 신부님 생각을 했습니다.

남도엔 참으로 볼것도 많고 음식도 참으로  맛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김영랑 시인의 생가를  보러 갔습니다. 1900년대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그곳은  너무도 아름답고 서정적이었어요. 몇개의 시비도 세워져 있어 서정적인 그의  시를 읽어 볼수 있었는데 '오메, 단풍 들겄네' 란  시는 아름다운 남도 언어의 참 맛이 들어 있습니다.  그 당시의 생활 도구들도 전시되어 있어서 서울 촌사람인 우리 남편은 신기하기만 하고...

어릴적 우리 엄마는 무쇠 다리미에 불피운 숯을 넣어 , 쬐금한 꼬맹이였던 저에게 빨래의 귀퉁이를 잡게하고 다림질 하셨던 기억도 새롭게 났습니다.

 

다산 초당에 들러 정약용 선생의 흔적을 느껴 보았습니다.

울창한 대나무 숲사이로 오른 다산 초당은 시대의 대학자이셨던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에 있습니다.  정자에서 바라본 머언 바다 저편에 그분의 형이 유배되어 있던 흑산도까지 맑은날은 볼 수 있다하니 형님 그리워 정자에 올라 흑산도를 바라 보았을 당시 그분의 아린 마음이 느껴지는듯 했습니다.

 

완도에서 배에 차를 싣고 닿은곳은 '청산도'라는  섬이었어요.

'서편제'라는 영화를 찍은 곳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바다물이 너무도 맑아 영혼까지 들여다 보이는듯 시린 색깔이었습니다.  파도가 밀려 왔다 갈때마다 돌구르는 소리가 아름다운 바로 그 해변에 근사한 집 한 채를 지었습니다.  '뚝딱, 뚝딱' 텐트 한 채를...           텐트안에서 듣는 파도소리,  마음도 다 비우고, 욕심도 다 비우고...

먹고 자고, 놀고 먹고, 이게 바로 휴가지요.

 

부녀회에 부탁해서 먹은 만원어치의 자연산 홍합 한 다라이는 이곳에 와서 맛 본 최고의 맛... 다 먹느라 허리는 분명 1인치는 늘어났을거예요.

 

'검은 빛 바다위에 밤배 저어 밤-배...  ' 밤배 노래를 흥얼 거리며 파도치는 밤바다에서 소녀 같으신 우리 원장 수녀님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곳에 오시면  너무도 행복해 하실텐데... 싱그런 웃음을 지을실텐데...

 

다음날 아침, 비바람이 치고 지난뒤 방파제 앞에서 들리는 어느 여인의 '창'소리에

잠이 깨었습니다.  서편제 영화에서의 '송화'의 모습인가...  창 공부하는  어느 여인의 모습도 구경하고...

 

푸욱 쉬었다 온, 자연속에 파 묻혔던 시간들, 아직은 감추어 두고픈 그런 섬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또 열심히 삶을 살아내려 돌아 왔습니다.

 

스텔라가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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