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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9 아름다운 쉼터(만족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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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1-29 ㅣ No.231

만족은 마음으로(이윤기, ‘잎만 아름다워도 꽃 대접을 받는다’ 중에서)

‘하우스 오브 덴마크’는 미국에서 꽤 인기를 끄는 가구점이다. 우리는 이 가게에서 조립식 소파를 주문했는데, 바로 귀국하는 바람에 소파는 이삿짐이 되고 말았다.

한국에 들어오고 두 달 뒤에야 도착한 이삿짐을 푸는 날, 우리 가족은 몹시 실망했다. 짝이 전혀 맞지 않는 엉터리 부품이 잔뜩 들어 있는 데다, 조립에 필요한 철재 부품은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인 전폭적인 신뢰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하지만 한국으로 부품을 보내라고 요구할 수도 없었다. 딸아이가 부품을 확인하고 인수증에 서명까지 했기 때문이다. 나는 부품 사진과 함께 가게 매장 지배인에게 항의 편지를 보냈다.

그로부터 1년 뒤 미국에 간 나는, 그동안 미국에 있던 아들 앞으로 온 편지를 점검하다가 가볍게 놀랐다. ‘무성의와 불성실’을 정중하게 사과하는 매장 지배인의 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편지를 들고 문제의 가구점을 찾아갔다. 지배인이 그날 했던 말을 옮겨 보면 이렇다.

“... 당신 편지를 받은 직후, 우리는 정중하게 사과하고 소파를 완벽하게 조립할 수 있는 부품을 한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당신 아들에게 두 차례나 한국 주소를 묻는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그래서 작년 11월 당신 편지를 받고 재주문한 부품을 창고에 보관해 두었다. 인수증에 따님이 한 서명을 빌미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서명은 손으로 하는 것이지만 만족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당신이 만족하는 순간에야 우리 책임이 끝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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