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조금 슬픈 이야기 꺼이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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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권 [sun-kwon] 쪽지 캡슐

2000-02-21 ㅣ No.3553

디카프리오와 유승준,브레이드피트 중 누가

제일멋있냐고 묻길래

"너"라고 했더니 기분좋게 웃던 그 애

발렌타인 day에 쵸코렛 사주었더니 화이트day엔

 

사탕상자 주면서 사탕사서 담으라는 그 애

비오는 날 분이기 있는 카페로 불러내더니 삼만원만

빌려 달라는 그 애 겨울바다 구경 갔다가 내 모자가

 

물 속으로 떨어졌는데

서슴없이 물 속으로 뛰어들어 건져왔던 그 애

함박눈이 내리던 날 눈싸움하자던 내 부탁 거절하고

 

골목길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작은 눈사람 만들기에 열내던 그 애

한밤중 골목길 걷다가 깡패들 만나서 달라는 데로

다 주더니

버스정류장에서 살며시 다가와 조용한 목소리로

버스비 좀 달라던 그 애

비내리던 겨울, 비를 맞고서 나를 찾아와서는

분위기가 좋다고 웃더니

그 다음날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던 그 애

약골이라 놀렸더니

 

다음날 아놀드슈왈츠제네거처럼 될 거라며

자랑하더니 헬스클럽에 다니던 그 애

웃는 모습이 너무나 아파 보여 나도 모르게 눈물

지었더니 바보라고 외면 하던 그 애

여름날 바닷가에 놀러 가서는 청바지에 긴 티입고

모래밭에 앉아 감기가 걸렸다며 찬 기침하던 그 애

맥주 사 달라 했더니 소주에 곰장어 사주면서

기분내며 먹자던 그 애

편지를 보내고서 답장 써 달라고 했더니       

편지봉투 안쪽에 "답장"이라고 써주던 그 애

 

 

이른새벽 약수터에 나갔는데

우리집 계단에 앉아 졸고 있던 그 애

바닷가에 함께가서 내가 물속에 밀어 넣었더니

못이기는 척 빠져주는그 애

돈가스랑 햄버거보다 시장 구석에서 파는 떡복기랑

순대를 더 맛있게 먹던 그 애

한 여름에 너무나 어린 모습으로 눈이 보고 싶다고

했던 그 애

술에 취해서 나를 불러내더니 살며시 키스하고

"넌 내 꺼"라고 공허한 웃을만 짓던 그 애

 

사랑한단 말을 무척이나 좋아하면서 단 한번도

 

사랑한단 말을 해주지 않던 그 애

 

그러나...

한동안 우린 그렇게 연락이 없었고 후에 내가 그를

 

찾았을 때

그는 작은 병실에서 하얀 미소를 띄며 누워있었고

울면서 이게 뭐냐고 빨리 나가 자던 내게 그저

 

미안하다고 수없이 말하던 그 애

어느날 병문안 갔던 내게 오늘 하루 종일 같이 있어

 

달라며 날 붙잡던 그 애

 

그 날밤...

나에게 처음으로 사랑한단 말하며 울었고 그런

 

너를 보며

난 그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지

그는 사랑한다 말했지

나는 그 애 손을 잡고 그 애 입에 입 맞추었지

눈물이 범벅된 하얀 얼굴에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

 

얼굴에 그래도 미소 지으려고 애쓰며

그렇게  그렇게...

사랑한다 말했지

그리고는 그는 영원히 잠들어 버렸지,

다시는 목소리들을 수 없겠지

후에 그의 동생이 내게 전해준 그의 일기장에는

사랑.. 죽음.. 그리고 나의 이름만이 일기되어 있고

그의 사진 속에 비쳐있던 그와 나의 시간에서

그는 웃고 있었지....

그의 사진을 액자에 넣으려고 일기장에서 떼었을 땐

그의 사진이 붙어 있던 자리엔

"영원히 너만을 사랑할꺼야"라는

글과 내가 평소에 즐겨 부르던

노래의 가사 한 소절이 적혀있었지

 

그제서야 난 소리 내며 울었고 그의 이름을 수도 없이

 

되셔겼지 그와 함께 가지 않았던 걸 후회하면서...

남아있는 나를 증오하면서...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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