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성당 게시판

그녀와 호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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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만 [BLUEYES] 쪽지 캡슐

1999-06-10 ㅣ No.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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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년이 지난 얘긴데요..

정말 재밌고 황당한 얘기거든요..

그럼 시작할께요..

 

그녀와 하루가 멀다하고 만났던 그시절..

그해여름 시원한맥주가 마시고 싶어서 그녀를 불렀다..

 

내가 당연히 술을 사야만 당연하게 느꼈던 그시절..

그런데 수중에 돈은없고 맥주는 얻어먹고싶고..

그래서 잔머리를 굴리기로했다..

 

이런저런생각을 하다가...획기적인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일단그녀를 만나서 호프집으로 들어가기전 입구에서 내기하자고 했다.

내기를 해서 진사람이 술사기로..

 

내기 게임은 둘이 수화로만 하고 절대 얘기해선 안되는것이었다.

 

먼저 얘기하는사람이 술사기로..

 

그렇게 합의를 하고 구반포에있는 하이덴으로 들어갔다.

나는 필승의 의지로 주문부터 엉터리수화로 했다..

 

나 : (주문판을 가르키며 손짓으로)@#%$^%^%&%

웨이타: "@#$%^^%#&%&~~~~~"

그녀 : ^;^

 

멀쩡하게 생긴 남녀가 말벙어리라니? 웨이터는 황당하고 신기한듯 둘을 번거러

가면서 쳐다보고있었다.

 

그리고 주문은 신중을 기하면서 받는 눈치다..

 

이분정도 지나 맥주가 도착하고 건배하며 술을 마셨다.

십분정도 지나 안주도 도착했다.

 

서비스도 죽였다.

 

담배한가치펴도 바로 갈아주고(재털이를)

"뭐 필요한거 없어요?"하며 말을 시키고..

분위기가 무르익고 계속해서 엉터리 수화로 둘의 대화는 이어졌다..

 

그런데 분위기를 이상하게 여긴 웨이터들이 계속해서 우리테이블을

멤돌면서 홀깃 쳐다보는 그런 눈치다.

 

얼굴에 철면피를 더욱 보강하고 그녀에게 사랑을 표현 하느라

시간가는줄 몰랐다.

 

한시간이 지나고 두시간이 지나고 그렇게 개겼다..

 

승부가 나지않을것 같아 작전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나..

 

화장실에 간다며 비틀비틀? 그곳으로 걸어갔다.

 

술마셔도 화장실에서 금방 나왔던나

그날은 십분정도 화장실에서 명상에 빠졌다가 테이블로 다가갔다..

 

드디어 그녀가 먼저 말을꺼냈다..

 

"화장실에서 뭐했냐?"

 

나의 승리다!!!!!

 

부담없이 술을 마주마시고 집에갈 시간이되었다.

 

그녀는 패배를 인정한듯 지갑을 살피는 눈치다.

얼핏 곁눈으로 쳐다봐도 천원짜리 지폐 몇장뿐....

 

이론론이론...

순간 걱정이 됐다....

 

내지갑에 있는 돈도 단돈 몇천원...

갑자기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계산서에는 이만원이 좀 넘었는데...

 

그래서 결정적인 작전을쓰기로 했다..

그작전이라는 것은 공짜술을 마시는것...

둘의 은밀한대화의 시작...

 

나 : " 야 너 그냥 아픈척 해라"

그녀:" 어떻게 할려고?"

나 : " 그냥 엎고 병원가는척하면서 튈려고.."

그녀:" 걸릴텐데.."

나 : "그럼 어떻게 하냐?"

 

그렇게 해서 술기운에 위기를 모면할려고 어리석은 생각을 가진 둘....

엉터리 수화로 카운터에있는 아가씨를 쳐다보며

말벙어리 흉내------>생각만해도 웃김..푸하하하..

 

나 : "@!#@$$%%%%"

아가씨:"#$#%^%^^$"

그녀 :어어어어읔읔@$$%"

 

순간 일어난일이라 주위의 수습이 안되었는지 모두 쳐다보고 있는것 같았음.

 

그리고 그 술집엔 손님도 많았음..

정말이지 술기운 아니였음 못했을것 같았음..

 

그렇게 무사히 호프집을 빠져나온 다음 계단을오르는순간(호프집이 지하에있음)

 

그만....

다리가 풀려서 그녀와 함께........

순간 아무생각없던 그녀....

그리고 당황했던나...

 

그녀: "아야..."

나 : "괜찮아?"

 

들키고 말았다...

 

웨이터들하고 지배인이라는 사람 암튼..수십명이 우리주위를....

정말 쪽팔려 죽는줄 알았다.

 

아예 나오지말고 술만마시다가 죽었을걸...

별 생각이 다났다..

 

암튼..그렇게 해서 자초지정을 주인장한테 다얘기 했다..

 

주인장은 정말 많이 웃었다..

다음날 와서 갚은다고 했는데 우리집 역사상 이렇게 재밌는 일은

없었다나?...그러니 자기가 산거로 하란다..

 

정말 고마왔다..

 

그렇게 해서 사태를 수습하고 나올수가 있었다..

그리고 술마실기회가 되면 그호프집만 찾는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단지..그녀는 지금 내곁에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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