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그리스도 /김남조
오늘은
눈 덮인 산야를
거닐으시네
눈같이
흰옷 입으시고
눈보다 더욱
흰 맨발이시네
그 옛날
물 위를 걸으시던
강줄기도 얼어
광막한 수정의 빙판
바늘 꽂히는 寒氣의
그 위를 거닐으시네
희디흰 맨발이시네
울고 싶어라
머리칼도 곤두서는
慄然한 추위에
물과 바다의
모든 깊은 곳으로부터
보혈을 섞어 빚은
새봄의 혈액을
한없이
한없이
자아올리시는
雪日의 주님
내 사랑
눈 속에
길을 잃었네
푸른 솔 위에
천년을 산다던
학을 꿈꾸다
한나절
솔바람
울고 있는
눈 속에
길을 잃었네
이 세상
어디쯤 날아가서
학춤을 흥겹게 추며
다시 비상하면
너를 위한 작은
그 무엇이 될까
가슴이 하얀
눈사람이 되어
오색 무지개 아래
푸른 꿈을 꿀까
눈 오는 날 /박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