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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없는 예수 영화(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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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 [prayer111] 쪽지 캡슐

2004-05-05 ㅣ No.720

 똘레랑스란 첫째로,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을 뜻합니다.

 

’당신의 정치적 ·종교적 신념과 행동이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우선 남의 정치적·종교적 신념과 행동을 존중하라’ 바로 이것이 똘레랑스의 출발점입니다.

 

따라서 똘레랑스는 당신의 생각과 행동만이 옳다는 독선의 논리로부터 스스로 벗어나길 요구하고, 당신의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믿음을 남에게 강제하는 행위를 반대합니다.

 

(굳뉴스 자유게시판에서 옮겨왔습니다...)

 

게시자: 김유진(aravis) 예수 없는 예수 영화

게시일: 2004-05-04 17:41:02

본문크기: 9 K bytes 번호: 66697 조회/추천: 140/6

주제어:  

 

 

이미 시일이 많이 지난 이야기인가요?

 

이 영화에 대해 그동안 많은 생각을 하며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눈물과 찬양 일색임을 확인하던 터에 아래 글을 발견했습니다. 글쓴이는 모태신앙으로 자란 진보적 교단의 개신교인이라고 합니다. 설령, 의견이 다르다손 치더라도 최소한의 합리성을 견지한 아래의 글과 관련한 생각에 신앙이 부족하다는 식의 비난글은 부디 삼가해주시길 바라며...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대중의 아편이자 예수 없는 예수영화

 

 

 

맑스진영의 저 유명한 경구인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라는 말이 있다. 솔직히 나는 처음에 이 말이 무슨 뜻인지를 잘 몰랐었다. 그런데 이 말의 뜻을 오래전 나 자신이 민중신학에 한창 빠져 탐독하고 있을 때 서남동, 이현주 목사님이 같이 썼던,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성서공부>라는 책에서 발견하고는 ‘아하’하며 무릎을 쳤던 기억이 있다. 기억상에, 어느 노동자의 고백이었는데 요약인즉슨, 자신이 열악한 작업환경 하에서 일을 하다가 잠시 손을 다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자신은 종교 신앙이 있었던 터라 이천년 전 예수께서 십자가에 손을 못박히신 것을 떠올리며, 당시의 예수님은 얼마나 아프셨을까 생각하며 지금 자신의 손 아픈 것을 잊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손을 다친 이유가 실제로는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핵심은 못보고 단지 자신의 힘든 고통의 아픔만을 잊기 위해서 예수를 떠올리는 것이다.

 

 

 

이 얘기를 왜 하는고 하니, 이번에 개봉된 예수 영화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영화가 딱 그러한 상황을 빚어내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이미 전미 박스 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했던 화제작으로서 나자렛 예수의 마지막 12시간을 그린 영화라고 한다. 영화는 예수의 게쎄마네 동산의 기도에서부터 시작하면서 유다의 배신과 체포, 제사장과 바리새파 진영의 박해와 빌라도 법정에서의 심문 그리고 로마병사의 잔혹하고 끔찍한 형벌들 마침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르는 처절한 장면과 최후의 모습을 매우 끔찍하고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보여준 예수는 어려서 주일학교 때 배운 문자적 예수상의 예수일 뿐, 그 옛날 팔레스틴에서 하나님 나라 운동을 펼쳤던 역사적 예수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예수다. 주지하다시피 예수의 삶의 핵심은 하나님 나라 설파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예수의 그 나라가 실제로 어떤 것인지를 말하지 않는다. 단지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그저 주일학교 예수상에다가 그 끔찍한 고통을 보여주려는 이미지 메이킹을 가미한 것 외에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예수영화인 것이다. 내가 보기에 신체적 고통의 리얼함은 사실적이라기보다 이미지 메이킹에 가깝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예수의 신체적 고통을 그려내는 그 이미지 메이킹에 대한 효과가 정말 장난 아니게 관객들-특히 보수 기독교인들-에게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보수적인 기독교 신자들이 많아서 인지 울음소리 또한 내내 그칠 줄을 모를 정도였다. 예수의 살집이 찢기고 패이고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그 장면에서 당연히 영화를 보는 우리는 예수의 그 끔찍한 고통에 몸서리를 칠 것이며 내가 믿는 신앙의 예수에 대해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것은 분명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정녕 예수 삶의 핵심이었던가? 복음의 핵심이 그러한 데에 있었나. 예수 수난의 의미가 정말로 거기에 있었단 말인가. 역사적 예수를 묻는 성서 비평학과 그리스도교 신학의 성과를 고스란히 빼먹고 있는 이 영화에서 우리는 그저 피상적인 예수 그 이상을 결코 만날 수 없다. 기껏해야 그저 신체적 고통을 감내하는 예수상의 확인 뿐이다.

 

 

 

사실 죽기 전에 남긴 십자가상의 저 칠언도 사실은 전혀 그 맥락이 이어지지 않는 것들이다. 이미 다시 살아날 것을 알고서 고통을 받았단 말인가? 예수가 3일 만에 무너진 성전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얘긴 예수가 실제로 했던 말이 아니라 분명하게도 성서를 쓸 당시의 예수의 제자들이 예수의 입에 넣어준 말에 불과하다. 그 어떤 진리에 대한 신념 하에서 죽지 않으리라는 얘긴 할 수 있었다고 해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줄을 이미 알고서 죽기 전에 3일 어쩌구 그런 말을 한 것이라면, 이는 결국 <신체적 고통 12시간 견뎌내기>라는 연출을 해대고 있는 예수에 지나지 않는다.

 

예수가 십자가상에서 죽자마자 하늘이 어두워지고 땅이 갈라지는 초자연적 현상도 실제로는 전혀 일어나지 않은 사실들이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그러한 게 있었다면, 예수의 죽음은 매우 특별했었을 것이며, 당시의 시대를 기록했던 요세푸스 사가의 기록에도 포함되지 않을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예수의 죽음은 복음서를 제외하면 그 당시 그 어떤 책에서조차도 단 한 줄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미 성서시대의 언어 자체가 신화와 설화의 시대의 언어이기에 우리가 정말로 예수를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면 역사적 예수를 탐구하는 그리스도교 신학의 성과를 함께 반영했어야 옳은 것이다.

 

 

 

실제 예수의 죽음은 더없이 쓸쓸하고 초라한 것이었고 버려진 것이었다. 그것은 정말 말그대로 진정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나의 아버지여, 나의 아버지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인 것이다. 자신이 부활할 줄을 미리 알고서 이런 소릴 해댔다면 정말 이거야말로 웃기는 얘기밖에 안되는 것이다. 그런 답답한 예수, 연극 대사를 읊조리는 그런 예수를 믿으란 얘긴가?

 

 

 

붉은 선혈이 낭자한 예수의 십자가 현장, 하지만 예수의 진면목과 알맹이가 빠진 그러한 예수의 피는 우매한 대중들에게는 자기에게 당면한 현실의 고통만 잊게 하는 아편일 따름이다. 그걸 가지고 오늘날의 보수적 기독교에서는 예수의 피로 내 죄가 사하여졌다고 말한다. 이것은 참으로 넌센스다. 서남동은 그러한 예수의 피는 주술에 불과하다고 했었다. 따지고 보면, 여전히 미끈하게 잘 생긴 예수의 얼굴에서 멜 깁슨의 기독교 신앙의 범주를 가늠케 하기도 한다.

 

 

 

복음의 핵심은 여전히 부조리한 현실을 하나님 나라로 전환시키는 데 있지만,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결코 그러한 점을 말하지 않는다. 분명히 말하지만,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는 복음도 없고, 현실도 없으며, 예수도 없다. 정말 오강남의 주장대로 “그런 예수는 없다”인 것이다. 오히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반동적인 영화로서, 오늘날의 부조리한 현실들을 정면으로 보지 못하게 만들고 있으며, 단지 부조리한 현실에서 빚어지는 개인적 고통의 아픔만 잊게 만들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예수와 어머니와의 관계를 집요하게 설정함으로서 헐리우드 영화가 곧잘 집착해왔던 이데올로기 중 하나인 <가족주의>에 안착하는 예수의 모습마저 보여주고 있다. 자각인이라면 이런 영화에게서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단지 사실적인 것에 대한 장족의 발전을 꼽으라면, 영어가 아닌 본래 역사적 예수의 언어인 아람어를 사용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그 외 이 영화에서 건질 거라곤 거의 없다. 오히려 이 영화를 통해 당분간 한국 보수 기독교인들의 단합과 결집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끔찍하기만 할 따름이다. 정말 골아픈 수난을 안겨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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