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우리본당 최은정 자매님이 올린 글을,,,

인쇄

장영옥 [youngok50] 쪽지 캡슐

2003-02-08 ㅣ No.10686


 
                  




진 심 꿈도 열정도 많았던 고등학교 시절, 하지만 난 주로 그런 것들을 마음속 깊이 감추고 살았다. 곁에서 보면 꽤나 조용해 보이는 아이였다. 그런 나 였기에 맘속에 좋아 하는 친구는 있었지만 실제로 사귀는 친구는 몇 되지 않았다. 표현을 잘 못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중학교 때부터 늘상 같이 다니던 친구가 있었기에 새로 친구를 사귈려고 별로 노력하지 않은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 친구와 난 서로 반은 달랐지만 쉬는시간, 점심시간이면 각자의 교실로 찾아가 만났고, 하교 길은 항상 함께 했다. 난 학교에선 하루 종일 조용히 지내다가 하교 길에 그 친구를 만나자마자 이 애기 저 애기를 풀어 놓기에 바빴다. 그날 난 작문 시간에 작문 공책을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아서 그 친구의 교실에 가서 공책을 빌려왔다. 무사히 수업은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쳐 본 공책의 한 페이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앙케이트 비슷한 난이 있었는데 가장 친한 친구는? 이란 질문이 있었다. 순간 두 눈에 번쩍 뜨여 읽어 보니 다른 친구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친구가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였다. 그 순간 난 큰 충격을 받은 듯 멍해졌다. 집에 돌아 와서 울음을 터뜨리니 엄마는 "네가 그 친구를 좋아 하는 그 마음이 행복한거야. 그 친구도 물론 널 최고로 여기면 좋겠지만 아니라도 할 수 없지. 주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도 감사한 거야." 처음엔 이해가 안 되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 달리 나의 행동은 반대였다. 하교 길에 그 친구한테 다른 변명을 대며 혼자 오거나 딴 친구랑 다니기 시작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조금씩 내 마음 속에서 정리를 해 나갔던 것이다. 물론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지만 더 즐거운 듯 친구 앞에서 웃고 다녔다. 그 후 우린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고 입시를 치르고 대학을 갔다. 친구는 재수라는 아픔을 겪은 후에 대학에 갔는데 그런 와중에도 난 별도로 위로를 해 주지 못했다. 그리고서 십년이 흘렀다. 직장은 어딜 다니는지, 결혼은 했는지, 가끔씩 궁금해 진다. 무심히 헤어지게 된 우리...' 그 친구는 이유도 모르고 날 원망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나마 관심도 없을까? 내 생에 단 한 번 유턴이 주어진다면 친구에게 용기를 내어 바로 그 공책을 빌린 시점으로 되돌아 가고 싶다. 그대로 돌아 간다면 친구에게 용기를 내어 솔직히 고백하고 싶다. "난 네가 정말 좋았노라고.. 평생 마음을 터놓고 싶은 친구로 널 생각했노라고,,널 멀리 한 건 나의 진심이 아니였다고." 그리고 그때 엄마가 해 주신 조언대로 친구를 좋아 하는걸로 만족하고 좀더 잘 지내고 싶다. 이유도 모른 채 멀어져간 나의 친구, 지금 어디에선가 잘 지내고 있겠지. 보고 싶다~~ 친구야! ♣ 이 글은 카톨릭다이제스트 2003년 2월호에 실린 우리 본당 신자인 최 은 정 자매님이 올리신 글을 음악과 함께 올려 봅니다. 학창시절의 추억이 새롭네요.,,, 2월의 테마란에 유턴(U-Turn) 이란 제목으로,,,



5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