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지란지교를 꿈꾸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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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 비 오는 날이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애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를 쳐 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 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 나의 일생에 한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 ............................................... 그는 때로 울고 싶어 지기도 하겠고 내게도 울 수 있는 눈물과 추억이 있을 것이다 . 우리에겐 다시 젊어 질수 있는 추억이 있으나 늙는 일에 초조하지 않을 웃음도 만들어 낼 것이다 . 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프지 않게 가지는 멋보다 풍기는 멋을 사랑하며 냉면을 먹을 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 스테이크를 자를 때는 여왕처럼 품위있게 군밤은 아이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 때는 백작보다 우아해 지리라 . 내가 길을 가다가 한 묶음의 꽃을 사서 그에게 들려 줘도 그는 나를 주책이라고 나무라지 않으며 건널목이 아닌 데로 차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 게다 나 또한 더러 그의 눈에 눈꼽이 끼더라도 이 사이에 고추가루가 끼었다 해도 그의 숙녀됨이나 신사다움을 의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유유함을 느끼게 될 게다 .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 꾸며에서 ---------------
요즘 들어서 이 글이 새삼 스럽게 마음에 와 닿네요 나 자신은 누군가에게 이런 모습에 친구가 되어 주고 있는 지............. 내 옆에는 어떤 친구가 있는 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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