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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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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연 [sejayohan] 쪽지 캡슐

2004-08-17 ㅣ No.1924

귀거래사

                   도연명

 

돌아가련다

전원이 곧황폐해 지려하니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스스로 마음을 몸의 노예로삼고

어찌낙담하여 홀로 슬퍼할것 있으리

지난일은 뉘우쳐도 소용이 없고

닥칠일은 바르게 할수 있음을 알겠도다

길을 잘못들어 어긋났으나 그리 멀어진거 아니니

지금이 옳고 어제는 글렀음을 깨달았도다

 

배는 기우뚱 기우뚱 가볍게 흔들리고

바람은 가볍게 옷자락을 날리누나

나그네의 앞길을 물어 가니 희미한 새벽빛이  한스러워라

집근처 도달 하여   대문과 지붕이 보여 기뻐하며 달려가니

하인이 반가이 마중을 하고 어린아들은  문앞에서 기다리는도다

세갈래 뜰안길은 잡초가 우거져도

소나무와 국화는 그대로 남아 있네

어린 것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 가니  단지에 술이  가득 하구나

단지와 잔을 당겨  혼자 마시며

정원의 나뭇가지 바라보니 얼굴에 기쁨 가득 차누나

남쪽창에 기대어 멋대로 앉았으니

무릅이나 펼만한 방이라도 편안하기만 하구나

 

날마다  정원을 거닐어도 정취가 있고

문은 달았으나  닫힌채 그대로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여 돌아다니며 쉬다가

간혹 고개들어 사방을 바라보면

구름은 무심히 산등성이에서 피어 오르고

날다가지친 새들은 돌아갈때를 아는구나

했빛은 뉘엿뉘엿 서쪽으로 기우는데

외로이선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대네

돌아 가련다,   사귐을 그치고 어우러 노는것을 멈추리라

세상과 나는 서로를 버렸거늘

이제다시 가마를타서 무엇을 하겠는가

이웃의 정겨운 이야기 즐겨 듣고

거문고와 책을 즐기며 시름을 달래노라

농부가 내게  봄이왔다 알리노니

서쪽 밭에는  할일이 생겼구나

때로는 휘장친 수레를타고 때론는 배를저어

꾸불꾸불  깊은 골짜기 찾아가고

험한 산길 언덕을 지나

산수의 경치를 즐겨보리라

물오른 나무들은 꽃망울 부풀리고

샘물은 퐁퐁 솟아 넘쳐 흐르네

만물은 때를 만나 즐거워 하는데

갈수록 나의 생은 저무는구나

 

그만 두어라    세상에 육체를 맡길날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찌 가고 머뭄 마음에 맡겨 자연에 따르려 하지 않으랴

어딜 그렇게 서둘러 가려는가

부귀도 바라지않고 신선의 땅도 기약할수 없도다

좋은시절 생각하며 외로이 걷기도하고

지팡이에 기대  김매고 북돋우며

동쪽 언덕에  올라 휘파람 불고

맑은 물가에 다다르면 시도 짓겠노라

사는동안  자연의 조화를 따르다가

마침내 돌아가면  되는것이니

천명을 즐겼으면 그만이었지

다시 무엇을 의심하려 하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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