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성당 게시판

[수초]약점도 감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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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숙 [surakyss] 쪽지 캡슐

2001-02-08 ㅣ No.1137

내가 지금 이야기 하려는 나의 약점을 아는 사람은 좀 지겹겠지만

그래도 쓰겠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4학년때 종아리에 부스럼이 생겼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착각이었죠.

금새 나을 줄 알았는데... 건선(피부병 이름)이라는 놈이 제 몸을 뒤덮었습니다.

지금은 숨기지 않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고 저를 피할 것 같아서

한 여름에도 긴 팔을 입고 다녀야 했고

얼룩말 같다느니 에이즈 환자다 등등의 말을 듣기도 했죠

한 번은 동생과 싸운적이 있었는데

동생이 ’문둥병자’라고 무심히 내던진 말을 듣고 펑펑 울었답니다.

사랑하는 가족한테 그런말을 들으니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4학년 쯤 부터 제가 성당을 다녔거든요.

’왜 하필 저에게 이런 병을 주셨어요.’ 하느님을 많이 원망하며

정말 날마다 눈물을 흘리다 잠이 들곤 했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하느님께 대한 원망보다는

’이 병을 통해서 나를 일깨워 주시는구나!’하고 생각했죠.

사람의 눈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

비록 나에게 깨끗한 피부는 허락하지 않으셨지만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것은 더 많다는 것,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 말할 수 있는 입, 멀쩡한 손과 발 등

너무나 많아서 셀 수가 없죠.

그리고 작은 것에서(결코 작지 않지만...) 감사할 줄 알게 되었어요.

제가 전에 이야기 했듯이 저희 집은 새로 지은지 얼마 안되었죠.

그전에는 욕실이 없었어요. 여름에는 상관없지만 겨울에는 목욕탕엘 갈 수가 없어서(전염성이 없는 피부병이지만 피부병이 있는 사람은 잘 들여 보내주지 않아요) 추운 겨울에도 찬 바람을 맞으며 뜨거운 물 두통을 끓여서 밖에서 씻어야 했어요.

그런데 집을 새로 짓고나서 처음으로 욕실에서 샤워를 하는데 어찌나 감사하던지...

여러분들은 목욕하면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시나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 생각이 없을껄요!

지금도 저는 처음 보다는 덜 하지만 목욕을 하면서 ’감사합니다.’하고 말씀드려요.

지금도 피부병이 낫기를 기도하지만 그냥 낫기만을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보이는 것에 대한 예착, 욕심을 다 떨쳐 버릴 수 있을 때 낫게 해주세요.’라고

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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